<코미디 빅리그> 1회 tvN 토 밤 9시
초면인데 낯익다. tvN <코미디 빅리그>(이하 <빅리그>)의 첫 인상이 그렇다. 프로들의 경합이란 점에서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나 KBS <자유선언 토요일> ‘불후의 명곡 2’와의 유사성을 말하는 게 아니다. 지상파 3사 출신 개그맨들이 모인 <빅리그>는 딱 그 비율만큼 KBS <개그콘서트>, SBS <웃찾사>, MBC <개그야>를 닮았다. 그 자체로는 나쁜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윤택이 ‘택이’에서 보여준 슬랩스틱을, 이국주가 자신의 몸무게를 이용한 자학개그를, 안영미가 ‘분장실의 강선생님’의 권력구조 개그를 업데이트 없이 반복할 때 밀려오는 기시감은 새 프로그램에 기대하는 신선함을 갉아 먹는다. 첫 술에 배 부를 순 없지만, <빅리그>는 아직 어디서 많이 본 코너들을 조금씩 모아 온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그 무언가’에 가깝다.
다만, <빅리그>의 1회만큼은 개별 코너들의 총합이 아닌 출범 자체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MBC, SBS 사장님, 코미디에 투자해 주세요”라는 김병만의 수상 소감으로 시작하는 1회는 설 땅이 좁아진 개그맨들의 위기감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절박함이 개그의 원동력으로 치환되는 순간 <빅리그>는 몇몇 흥미로운 장면을 빚어낸다. 한국 코미디의 황량한 오늘을 소재로 삼은 ‘갈갈스’의 ‘네 이웃의 개그를 사랑하라’는 “하늘에 계신 이주일, 서영춘, 배삼룡 선배님”께 개그판을 굽어 살펴 달라는 처절한 기도로 보는 이의 폐부를 찌르고, 관객을 참여 시켜 개그의 일부로 활용하는 ‘아3인’의 ‘관객모욕’은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지우며 능동적인 관람을 이끌어 냈다. 궁지에 몰린 상황 자체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은 것이다. 비록 2위에 그쳤지만 인상적인 무대를 남긴 ‘아3인’ 이상준, 예재형, 문규박의 이름은 오랜만에 시청자들의 입에 회자되었다. 누가 우승하느냐 보다 값진 수확은, <빅리그>가 더 많이 발굴해 내야 하는 이런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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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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