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휴대형 게임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와 닌텐도가 재격돌한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 비타'와 닌텐도의 '닌텐도 3DS'가 하반기 출시일정과 신작 라인업 등을 공개하며 경쟁이 본격화된 것.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버티고 있어 휴대형 게임기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소니는 14일 도쿄에서 컨퍼런스를 열어 PS비타 출시일을 12월 17일로 확정지었다. 소니의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인 PS비타는 지난 6월 공개된 이후 뛰어난 성능으로 계속 관심을 모아왔다. 멀티터치가 가능한 5인치 디스플레이에 기기 뒷면에도 멀티터치 패드를 적용해 좀 더 입체적으로 게임을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고성능 CPU 탑재로 사양이 높은 게임까지 자유자재로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이다.
소니는 올초 콘솔 게임기인 PS3와 휴대용게임기 PSP를 연결해 사용하는 온라인 게임서비스 '플레이스테이션네트워크'가 해킹당하면서 위기를 겪었다. 사업 부진으로 지난 한 해 3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데다 해킹으로 발생한 손실액만 약 1800억원에 달한다. PS비타는 소니가 이 와중에 '반전'을 위해 꺼내든 카드다. 출시 초기에 내놓을 게임 타이틀만 20여종 가까이 준비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15종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대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의 접목도 눈에 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주요 SNS를 PS비타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해 제공할 예정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용 앱도 사용할 수 있다.
닌텐도는 PS비타에 콘텐츠 강화 전략으로 맞선다. 닌텐도는 13일 자체 컨퍼런스를 열어 신작 게임을 소개했다. 인기 타이틀인 '슈퍼마리오'부터 '메탈기어솔리드 3D'등 이미 기존에 검증된 타이틀을 3DS로 가지고 오겠다는 것. 3D콘텐츠가 부족해 인기를 끌지 못했다는 닌텐도 측의 분석이 작용한 것이다. 또한 여성사용자를 겨냥해 핑크색 모델을 내놓는다.
닌텐도 역시 올해 부진의 늪에서 헤맸다. 올 초 출시한 3DS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올해 판매 목표를 1600만대로 잡았지만 상반기 겨우 400만여대 가량을 파는 데 그쳤다. 8월 가격을 2만5000엔에서 1만5000엔으로 1만엔이나 내렸지만 반응은 여전히 싸늘했다.
그러나 소니와 닌텐도 모두 '명예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닌텐도는 오히려 컨퍼런스 직후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신작 게임 라인업의 대부분이 이미 다양한 플랫폼에서 출시돼 이용자를 끌어들일만한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컨퍼런스 직후 닌텐도의 주가는 되레 떨어졌다.
고사양으로 무장한 PS비타 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공세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시각과 맞닥뜨리고 있다. 문제는 콘텐츠의 가격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게임 가격은 휴대용 게임기 타이틀 가격과 크게 10배까지 차이난다. 물론 스마트폰, 태블릿PC쪽이 더 저렴하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SNS기능 등을 집어넣어도 이미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다 가능한 게 아니냐"고 반문하며 "고사양 게임을 즐기는 '하드코어' 이용자들에게는 소구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이용자층 자체가 얇다"고 지적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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