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우려에 신흥국 증시 이탈..환율도 상승
[아시아경제 이솔 기자, 김유리 기자]유럽 재정위기가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자금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가 증시에서 자금을 아예 빼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불안이 근본적으로 완화되지 않을 경우 국내 증시의 수급불균형은 길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외국인 이탈→ 환율상승' 악순환 우려= 코스피가 63포인트(3.5%) 이상 급락한 14일 금융시장에서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였다. 코스피 시장 외국인 투자자들이 687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이날 환율은 29.7원(2.76%) 치솟았다.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한 달 여 만에 최대치였지만, 환율 상승폭은 올 들어 가장 컸다. 외국인들이 이제 주식자금을 환전해 나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지난 달 폭락장 당시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하루에 1조원 넘는 매도 공세를 펼 때에도 환율 상승폭은 1%대에 그쳤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간 유럽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강세 기조를 유지해왔던 아시아 통화가 일제히 약세로 반전했다는 것은 추세상의 큰 변화가 발생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하면서 “증시 수급 측면에서 우려되는 것은 외국인 매도 보다는 환율”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본 건전성 확충을 위해 현금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유럽 금융기관이 신흥 아시아 시장에서 이탈하는 경우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르면서 '환 메리트'가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차익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거나 환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 되면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 코리아(Bye Korea) 언제까지=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이탈'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막기 위해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이 공조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은 이미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으며 '전염 우려'는 일시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프랑스 은행의 경우 그리스 대외 부채의 절반(700억유로)가량을 들고 있고, 이탈리아 대외 부채의 45%를 소화해주고 있는 상황.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반 회사와 달리 글로벌 은행들은 돈을 돌게 만드는 인프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본 확충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누가 자본을 넣어 줄 것인가 등에 대한 계획이 나올 때까지 유로존 리스크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에 주로 투자하는 '글로벌 이머징 펀드'와 '일본 제외 아시아 펀드(Asia ex Japan)'에서는 5주째 자금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박소연 애널리스트는 “신흥국 펀드의 현금 비중이 낮다는 점도 불안하다”며 “이들이 본격적으로 현금 확보를 시작한다고 가정하면 단기적으로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들 펀드의 7월 말 기준 현금 비중은 2%에 불과해 4%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선진국 집중 투자 펀드'와 대조적이다. 미국 리먼브라더스 파산 직전인 지난 2008년 6월 이후 5개월간 이들 펀드의 현금 비중은 2.24%에서 4.56%까지 급상승한 바 있다.
이솔 기자 pinetree19@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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