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드롬'이 며칠간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사 소식이 전해진 지난 1일 이후 정치권은 우왕좌왕하며 소용돌이에 빠졌다. 정치를 한 적도 없고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안 교수의 지지율이 다른 후보를 압도하자 정치권이 흔들렸다. 그가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여진은 여전하다.
안철수 신드롬의 메시지는 한마디로 기존 정치행태에 대한 불신이다. 당리당략에 매몰되고 기득권에 안주한 채 이전투구를 일삼는 여야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염증이 반영된 것이다. 오죽하면 비열하고 비신사적인 행동을 '국회스럽다'란 말로 대신할까.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도, 야도 싫다는 무당파가 늘어나는 이유다. 민주주의의 요체인 정당정치의 위기다.
안철수 교수와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전국을 돌며 강연한 청춘콘서트에 왜 20ㆍ30대 젊은층이 크게 호응하는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양극화 현상에다 치솟는 전셋값과 물가 등 중산층 이하 서민층을 옥죄는 상황이 변화를 갈망하게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변화를 외면하고 있다. 안 교수의 갑작스러운 부상에 껄끄러워 하던 여야는 그가 출마 의사를 접자마자 손익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민심이 왜 여야 정당을 모두 떠나 있는지 돌아보기는커녕 그의 출마 포기와 다른 후보와의 연대에 따른 이해득실부터 따지는 게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의 기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안철수 신드롬의 참 의미를 찾기보다 어떻게든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는 전략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안철수 신드롬은 정치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란 점을 보여준 상징적인 현상으로 그의 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현재진행형이다. 그에 대한 지역ㆍ연령층을 망라한 높은 지지율은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일 뿐 아니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의 표현이다. 정치판에서 시작된 신드롬은 사회 곳곳으로 번질 수 있다. 각 분야에서 변화와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한다. 정치권부터 스스로 구태를 탈피해야 한다. 국민은 당장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지키지 못할 공약이나 흑색선전, 인신공격의 유혹을 뿌리치고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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