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지용 기자] 금값이 급락하면서 최근 금을 대거 매입한 한국은행이 울상이다. ‘실기’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금값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잘 샀다’는 의견이 힘을 받았지만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달 한은은 외화보유액 투자다변화를 위해 12억4000만달러를 들여 32년만에 처음으로 국제시장에서 25t의 금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외환보유액중 금 비중은 0.2%에서 0.7%로 높아졌으며 금 보유량은 14.4t에서 39.4t으로 늘면서 세계 56위에서 45위로 껑충 뛰었다.
전문가에 따르면 6월부터 7월까지 분할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금의 매입 단가는 온스당 1406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최근 월물(현물) 금값이 온스당 1886.64달러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약 3억90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그간 환율 상승분을 고려하면 수익은 더 커진다.
한은이 금 매입을 공표한 당시 ‘금값이 나날이 치솟았는데 좀 더 일찍 사지, 왜 이제야 금을 높은 가격에 샀느냐’는 비판이 거셌지만 이후에도 금값이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이러한 목소리는 차츰 잦아들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금값이 큰 폭으로 하락한 23일에는 온스당 1857.09달러를 나타냈다. 하루 사이 금값이 29.55달러 빠지면서 한은은 약 2400만달러의 손실을 봤다.
전날 시간외 거래에서 사상 최고 수준인 온스당 1917.90달러까지 올랐던 1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 역시 전일대비 30.60달러 하락하면서 지난 2010년 7월 이후 1년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금값에 거품이 끼어 있으며 이것이 곧 붕괴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금 상장지수펀드(ETF)의 금 보유량은 지난 8일 사상 최대인 2217t을 기록했지만 현재 2206.4t 수준으로 감소했다. 금 투자로 이득을 본 투자자들은 단기간 금값의 추가 상승보다는 하락할 가능성에 크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나현 삼성선물 주임은 “은값도 최근 급등 후 많이 떨어진 것과 같이 금값도 많이 올랐기 때문에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특히 매매 증거금 인상이 우려되면서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당초 올 연말까지 온스당 1900달러를 예상했었지만 최근 급등세를 보인 가운데 이를 넘어섰다”며 “따라서 금값이 단기간내 다시 1900달러를 넘어서기 보다는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주임은 “금값은 경기와 연동된 흐름을 보이기 때문에 글로벌경기가 급격히 회복되지 않는 한 가격이 아래로 움직이기는 힘들 것”이라며 “향후 6개월간은 온스당 1900달러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채지용 기자 jiyong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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