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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상위씨(상위20%)와 너하위씨(하위20%)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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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1. 구로동 쪽방촌에 거주하고 있는 너하위씨(58·여)는 매일 새벽 4시30분 집을 나서 버스정류장에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대규모 빌딩이 밀집한 강남의 한 건물에서 사무실 청소를 하는 너씨는 새벽 첫 차를 타야지만 제 시각에 근무지에 도착할 수 있다. 그녀의 남편은 최근 일용직 노동을 하다가 허리를 다쳐 일을 쉬고 있다. 생계는 온전히 그녀의 몫이다. 너씨 가구의 한달 평균 수입은 116만원. 하지만 평균 139만원을 쓴다. 매달 약 20만원씩 적자다. 너씨 같은 가구 두 집당 한 집꼴(54%)로 매달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다고 한다. 너씨가 하루 평균 10시간 주 5일 노동을 하고 받는 대가는 80만원 가량. 달마다 딸아이 부부가 보내오는 15만원과 정부에서 이것저것 주는 사회수혜금 등을 합쳐 겨우 입에 풀칠을 하고 있다. 소득의 대다수를 식료품비(23만원)와 주거비(20만원), 보건비(12만원), 교통비(10만원) 등에 사용하고 있지만 매달 늘어나는 마이너스 통장에 너씨는 한숨만 쌓인다.


#2. 대치동의 한 아파트에서 아내,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나상위씨(47·남)는 이번 여름 필리핀의 한 휴양지로 여행을 떠났다. 아이들 학원수강 때문에 주말을 껴서 나흘밖에 휴가를 못보냈지만 내년에는 좀더 길게 인도네시아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나씨 가구의 한달 평균 소득은 709만원. 대부분 근로소득(484만원)과 사업소득(146만원) 등 경상소득이 차지한다. 나씨는 벌어들인 금액의 70% 가량(490만원)만 쓰고 나머지 219만원 정도를 매달 여윳돈으로 남겨둔다. 나씨가 매달 쓰는 지출금액에서 식료품비(40만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채 10%가 되지 않는다. 대신 자녀들 교육비(39만원)와 오락문화비(22만원), 숙박·음식비(46만원)의 지출이 많고, 최근 구입한 차량때문에 교통비(54만원)가 매달 평균으로 가장 많이 나가고 있다. 나씨는 2년 후 현재의 42평(138㎡) 아파트에서 49평(164㎡)으로 옮기려 하고 있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어 집이 점차 좁아지고 있음을 느껴서다. 나씨는 오늘부터라도 허리를 바짝 조여매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자신의 2000cc 자동차를 몰고 출근길을 나선다.


통계청이 발표한 '2·4분기 가계통향'에 따르면, 상위 20%(5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709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만원 가량 늘었고, 하위 20%(1분위)는 116만원으로 2만원 소득이 증가했다. 금액 차이는 30만원 가량이 나지만 비율로 봤을 때는 오히려 1분위의 소득 증가 폭이 높다. 다만 가구당 인원을 균등화 해 낸 가처분소득 5분위 배율(1분위에서 5분위를 나눈 평균소득)은 4.89로 지난 2004년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질'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분석체계 개발'이란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삶의 질 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39개국 가운데 2008년 27위를 기록했다. 상대빈곤율도 24위로 하위권이다. 다만 성장동력(17위)과 환경(14위), 인프라(19명)는 중상위권을 기록했다. 국가는 성장해도 국민들은 행복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김진우 기자 bongo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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