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 첫 공개…12일 인하계획 확정 강행할 듯
-제약協 "헌법소원 등 법적대응·물리적 행동도"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사상 최대의 약가인하로 정부도 제약산업 기반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제약협회의 '일괄 약가인하시 매출 감소 및 경영상태 추계'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일괄적 약가인하로 2조2900억원의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해 43조7000억원의 진료비 가운데 건강보험 약품비는 12조8000억원(29.3%)였는데, 일괄 약가인하를 단행하면 10조5100억원으로 감소한다는 추산이다. 영업이익은 9767억원, 경상이익은 1조2225억원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로 인한 정부의 손해 예측 규모가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제약협회는 정부보다 상황을 다소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제약협회는 정부가 53.5%로 약가를 일괄 인하한다고 가정할 때 매출액이 2조4641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은 각각 2조408억원, 2조2866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2조2866억원의 경상이익 적자를 상쇄하기 위해 제약협회는 그동안 비중이 높다고 지적받아온 판매관리비를 절감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제약산업의 판관비는 매출액 대비 35.62%를 차지했다. 판관비 계정에서 인건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광고홍보비와 연구개발비를 전혀 투자하지 않을 경우 절감되는 규모는 1조3195억원이다. 그러나 제약협회는 '이론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줄인다고 해도 판관비 비중이 13.97%로,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건강보험 약품비 지출 합리화 방안의 단기 추진 과제로 새로운 약가산정방식을 마련하고 있다.
보건의료미래위원회 보고 자료에 따르면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약의 가격은 기존 판매가 대비 현행 80%에서 70%로, 복제약은 68%에서 56%로 낮아진다. 이어 시행 1년 후 신약과 복제약의 가격은 50.4%로 '반토막' 나게 된다.
제약협회는 현재 진행중인 기등재의약품 약가인하로 8900억원, 시장형실거래가제로 연간 5000억~9500억원 매출이 감소하는 등 이미 두 제도만으로도 1조3900억원 이상의 충격을 감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가 약가인하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 적어도 이를 감내할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기존 약가정책만으로도 산업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약가 인하 정책은 안 된다"며 "기등재의약품 정비사업이 끝나는 2014년 이후에 약값 수준이나 시장 상황을 보고 추가 방안에 대해 다시 생각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제약협회는 10일 제3차 이사회를 열고 "보건복지부가 기본적인 생존기반 조차 고려하지 않은 채 단기적 성과에만 급급해 추가 약가인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추가 약가인하 정책이 강행되면 헌법소원 및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은 물론 '물리적 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약가인하 정책만으로도 시설 투자나 연구개발 투자, 해외진출 등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에서 추가 정책은 결국 의약 주권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고, 불투명한 앞날을 걱정하며 고용해고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며 이날 '암울한' 이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복지부는 그러나 오는 12일 오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약가 인하 방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국민들이 지출하는 약값이 너무 높게 형성돼 있다"며 "국민 부담을 줄이고 악화된 건강보험 재정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리베이트 쌍벌제 등 제약산업 선진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했는데도 제약산업의 상황은 여전하다"며 "내년 시행을 목표로 약가인하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혜정 기자 park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