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추가 약가인하 정책에 대해 이를 철회해달라며 '읍소'하던 제약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고 일간지에 성명광고를 게재한 데 이어 법적 대응과 물리적 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하면서 정부 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한국제약협회는 10일 제3차 이사회를 열고 "보건복지부가 기본적인 생존기반 조차 고려하지 않은 채 단기적 성과에만 급급해 추가 약가인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추가 약가인하 정책이 강행되면 헌법소원 및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은 물론 '물리적 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기존 약가인하 정책만으로도 시설 투자나 연구개발 투자, 해외진출 등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에서 추가 정책은 결국 의약 주권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불투명한 앞날을 걱정하며 고용해고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며 이날 '암울한' 이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제약협회의 연이은 반발은 지난달 초 복지부가 추진 중인 새 약가산정방식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보건의료미래위원회 보고 자료를 보면,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약의 가격은 기존 판매가 대비 현행 80%에서 70%로, 복제약은 68%에서 56%로 낮아진다. 이어 시행 1년 후 신약과 복제약의 가격은 50.4%로 '반토막' 나게 된다.
이에 제약협회는 지난달 14일 "기존 보험약가 인하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시장형실거래가제도에 따른 매출감소 등으로 1조~2조원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추가 인하방안은 2014년 이후 검토해달라"고 정부 및 관계 기관에 호소했다. 12조3000억원의 보험약가를 24% 강제 인하함으로써 약 3조원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게 협회 측의 추산이다.
협회는 22일 대통령 면담을 공식 신청한데 이어 이달 5일과 8일에는 일간지에 반대 성명광고를 게재하면서 대국민 여론전에 나섰다. 추가 약가인하에 반대하되 적어도 이를 감내할 '시간'을 달라는 것이 협회의 입장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기존 약가정책만으로도 산업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약가 인하 정책은 안 된다"며 "기등재의약품 정비사업이 끝나는 2014년 이후에 약값 수준이나 시장 상황을 보고 추가 방안에 대해 다시 생각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그러나 오는 12일 오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약가 인하 방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국민들이 지출하는 약값이 너무 높게 형성돼 있다"며 "국민 부담을 줄이고 악화된 건강보험 재정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리베이트 쌍벌제 등 제약산업 선진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했는데도 제약산업의 상황은 여전하다"며 "내년 시행을 목표로 약가인하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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