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려 글로벌 시장의 공황을 부채질한 국제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평가 책임자 데이비드 비어스(54)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8일(현지시간) "그 동안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비어스일지 모른다"고 전했다. 웬만한 유명인사는 모두 소개된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도 그를 소개한 페이지는 없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지난 5일 부랴부랴 비어스를 소개하는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일 "콧수염 기른 애연가 비어스가 넥타이 매듭이 작은 것을 좋아한다"며 "하지만 S&P에서 그가 담당하고 있는 일처럼 그 자신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전했을 뿐이다. 로이터는 이어 월스트리트의 베테랑인 비어스가 런던정경대학(LSE) 출신이라며 자신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기부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어스는 현재 S&P 런던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국 버지니아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LSE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가 S&P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90년이다. 당시 S&P에서 100개가 넘는 국가의 신용등급을 평가했다.
비어스는 S&P에 합류해 20여 년 동안 일하기 전 월스트리트의 은행 살로먼 브라더스에서 정부 채권 평가 담당 이코노미스트로 일했다. 이어 뱅커스 트러스트 컴퍼니에서 아시아·태평양 국가에 대한 채권 리스크 평가를 맡았다.
그가 S&P·무디스·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 '빅3' 가운데서도 가장 영향력이 큰 S&P에서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맞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제야 세인들로부터 주목 받게 된 것은 때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로이터는 "비어스가 일반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지만 세계 각국의 재무장관들은 이미 그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디언의 표현대로 "최근 몇 주 사이 세계 최강인 미국의 지도자들이 비어스의 장단에 놀아났기 때문"이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비어스는 지난 7일 폭스 뉴스에 출연해 세계 금융 판도의 급변으로 혼란스러워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이 왜 부정적이고 왜 이를 한 단계 내리게 됐는지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따른 공황이 미국·유로존은 물론 다른 시장까지 강타한 지금 비어스가 유로존과 미국 양측의 정치권으로부터 공격 받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이에 대해 의식한 듯 자신의 역할 의미를 축소하기 위해 안간힘 썼다.
그는 폭스뉴스와 가진 회견에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세계 시장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한 것은 미국 신용도의 '완만한 악화'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