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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인력, 대기업이 곶감 빼먹듯 쏙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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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실컷 키워놨더니…한곳서 3~4명 한꺼번에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시화공단에 있는 자동차부품업체 A사는 최근 핵심기술인력 3명이 한꺼번에 그만두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몇년간 사장과 함께 머리를 맞대 국내 유일의 제조공정을 자체적으로 개발한 터라 사장도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대기업으로부터 이직을 제안 받아 그만두겠다는데 말릴 도리가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 삼성이 지난해 광주지역에 설립한 정밀금형센터는 전문인력만 3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중소규모 금형업체 전체 종업원은 10명 안팎, 많아야 30~40명 수준이다. 설립과정에서 인력빼가기 문제로 인근 금형업체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한 중소업체 임원은 "LG전자 역시 자체 금형기술센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중소업체 인력난이 더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사내행사에서 인재와 소프트웨어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 당장 챙겨라", "필요한 기술은 악착같이 배워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등 강경한 어조다. 이를 바라보는 중소·벤처업계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대기업의 인력빼가기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다시 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금형·IT·SW中企 "대기업發 인력빼가기 심각"=금형업종은 이같은 분쟁이 빈번히 일어나는 곳이다. 최근 들어 삼성·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금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인력유출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급기야 중소업체들은 금형업종에 대기업이 진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중기 적합업종까지 신청했다. 김동섭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한곳에서 3, 4명씩 빼가는 일도 흔하다"며 "중소기업이 7년 이상 육성한 전문인력을 대기업에서 무차별적으로 뽑아가 중소업체들은 항상 인력난을 겪는다"고 말했다.


삼성·LG 등 대기업은 "국제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 대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플 아이폰 사례에서 보듯 국제무대에서 경쟁하려면 대기업이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운다.


그러나 중소 금형업체들은 "그간 금형산업 발전을 중소업계가 도맡았는데 노력의 결실을 한순간에 가로채려 한다"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김 이사장은 "90년대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들이 금형사업을 전부 외주로 돌린 와중에도 중소업계는 전문인력 양성에 힘써왔다"고 강조했다.


시장환경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정보산업(IT)·소프트웨어 개발업종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 한 관계자는 "상품화 가능성이 있다면 대기업들은 서슴지 않고 중소업체 인력을 데려간다"며 "중소벤처업체들은 법적분쟁에 나설 경우 대기업에 이길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 따로 대응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대·中企 양극화 가속화 우려=이같은 인력유출은 대중소기업간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중소벤처기업의 경우 핵심인재 소수에 의지하는 정도가 높아 이같은 인력유출은 곧 회사 전체의 경영난으로 이어지는 일도 빈번하다. 동반성장위원회도 이에 관한 문제점을 인식, 전문인력 유출에 대한 별도의 실무위원회를 꾸렸을 정도다.


한국소프트웨어개발업협동조합 박원주 이사는 "자본이나 네트워크, 기술력 차이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국내 소프트웨어업체 가운데 대기업으로 성장한 곳은 한곳도 없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들은 속으로 앓고 있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인력빼가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초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정태근 의원이 중기 기술인력 이적료 제도 등을 제안했지만 "직업선택의 자유를 해쳐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흐지부지된 상태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소기업 사업주는 물론 직원 입장도 고려해야하기에 쉽지 않은 문제"라며 "현재로선 중소기업이 기술인력에게 회사의 비전을 보여주고 더 나은 근무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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