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미국 디폴트 가능성 우려로 달러가 연일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엔 환율 방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커졌다.
27일 오전 엔·달러 환율은 장중 77.78엔까지 떨어졌다. 이는 대지진이 터진 직후인 3월17일 76.25엔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 이후 4개월만에 다시 근접한 것이다. 일본 외환 당국이 개입할 우려 속에서도 달러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오후 2시30분 현재 77.82엔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5일 저녁(현지시간) 대국민연설을 통해 의회 부채한도 상향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으며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발언 이후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27일까지 엔·달러 환율은 7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82엔 선으로 환율변동선을 가정한 일본 수출기업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전일 외환시장 변동성을 예의 주시하고 발언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이날도 “계속 주시하고 있다”도 재차 언급하며 시장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3월 대지진 당시 미국, 영국 등 주요7개국(G7)은 급격한 엔화 가치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외환시장 공동 개입을 단행했다. 로이터통신은 시장이 그때와 같은 공동개입을 바랄 수는 없지만 일본의 단독 개입이라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오가사와라 사토루 크레디스위스 이코노미스트는 “엔·달러 환율이 지난 3월 최저치만큼 떨어질 경우 일본 외환당국이 단독 환시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라가와 마사아키 BOJ 총재도 지난 25일 엔화 강세가 일본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 BOJ 관계자들은 엔고가 주가 폭락으로 이어질 경우 BOJ가 추가 양적완화정책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만약 재무성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경우 BOJ 역시 추가 부양책을 단행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BOJ는 다음달 4~5일에 통화정책회의를 열 예정이나 환율 변동이 급격해질 경우 그 시점은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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