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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끝' 정-재계 갈등 '뇌관' 재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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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화해 무드 사라져...재계 단체장 국회 출석 문제로 재충돌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평창의 꿈을 이룬 '더반의 낭보'는 약발이 길지 않았다.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의 흥분에 묻혔던 정-재계 갈등의 뇌관은 기어코 다시 터지고 말았다.


소비자 물가 인하,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정치권의 압박에 재계는 반시장 정책이라고 성토하면서 전운이 짙어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치권이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재계 단체장들의 국회 출석을 재추진하면서 양측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휴전'을 먼저 깬 것은 정치권이다. 정유업계를 상대로 기름값 인하를 압박해온 정부는 급기야 '대안 주유소' 카드를 꺼내들었다. 공기업을 통해 국제 시장에서 석유제품을 직접 구매해와 일반 주유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기름을 판매하겠다는 발상이다.


업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기름값 인상은 중국ㆍ인도 등의 지속적인 수요 증가, 산유국의 소극적인 증산 등이 맞물린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데 정부가 엉뚱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종웅 대한석유협회장도 "단기적으론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집중하고 단기적으론 대체 에너지 개발에 나서야 할 정부가 걸핏하면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청년의무고용 할당제에 대해서도 재계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한나라당은 근로자가 100명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5년간 청년인력을 현재보다 2.5% 더 채용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 제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을 한꺼풀 벗기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재계의 반박이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고용은 사업 방향, 투자 여건 등을 고려해 추진돼야 할 사안"이라며 "무턱대고 할당량을 채우라는 것은 시장 논리에도 맞지 않는 공산주의식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청년층의 고용을 억지로 늘리면 중ㆍ장년층의 조기퇴직이 확대되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식의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일침을 놨다.


또 다른 재계 임원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앞장 서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서 정-재계 갈등도 가라앉는가 싶었지만 불안한 휴전은 오래 가지 않았다"며 정치권과의 갈등이 부담스럽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이 지난 달 무산됐던 재계 단체장의 국회 출석을 재추진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김재경 의원은 26일 출입 기자들을 만나 "경제단체장들이 공청회에 참석하기로 했다"며 "공청회 관련 논의는 95% 정도 합의됐고, 8월 초 정도에 열릴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발언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 등이 국회 출석에 응한 것으로 풀이되면서 정-재계 갈등이 새 국면을 맞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경련이 허 회장의 국회 출석을 부인하면서 신경전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공청회 참석과 관련해 국회로부터 어떤 요청도 받지 않았다"며 국회의 일방적인 발표에 불쾌함을 내비쳤다. 전경련은 "국회로부터 정식으로 요청이 오면 참석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국회 출석시 정치권으로부터 '난타'당할 것을 우려해 허 회장의 출석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다시 불붙은 정재계 갈등은 결국 국내 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화해의 키는 정치권이 쥐고 있어서 재계가 택할 해법은 그리 많지 않다"면서 "하반기 글로벌 공략에 집중해야 할 재계가 정치권에 발목이 잡혀 경쟁력을 잃을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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