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백동수> 8회 월-화 SBS 밤 9시 55분
“아픔이다. 상대의 아픔을 가슴에 품은 자가 바로 살수니라.” 아비를 죽인 자가 누군지 깨닫고 좌절하는 여운(유승호)에게 천(최민수)은 그것이 살수의 인생이라 말한다. 그러나 무사의 인생이 어떤 것인지는 아직 아무도 말한 바 없다. 일찌감치 각성하고 고민해 온 여운에 반해, 무사의 인생에 대해 물을 주인공 백동수(지창욱)의 성장이 더뎠던 탓이다. 묻는 이 없으니 답하는 이도 없었고, 하여 극 안에서도 무엇이 옳은 것인지 개운하게 설명된 바 없었다. 선대의 유업을 잇는 것이 선(善)을 보장할 수 있는지, 북벌을 향한 사도세자(오만석)의 열망만으로 그를 선의 편에 세워도 좋을지, 새 세상을 여는 도구가 왜 굳이 칼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무사 백동수>는 지금껏 침묵했다. 그러나 주인공들의 조력자이자 극에 갈등을 제공하는 핵심인물인 세자와 김광택(전광렬)이 장성한 주인공들을 만나면서, 더딘 걸음을 걷던 이야기는 새 전기를 맞이했다.
김광택은 천지 분간을 못 하던 동수에게 더 큰 무(武)의 세계가 있음을 일깨워주고, 여운에겐 “칼 을 쓸 때는 명분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는 칼의 법도를 가르쳤다. 북벌만을 강박적으로 외쳐대던 세자 또한 ‘자신과 북벌지계 중 하나를 택한다면 무엇을 택하겠느냐’는 유지선(신현빈)의 질문 앞에 “과인은 너를 택할 것”이라 말하며 다스림의 근본이 북벌이 아닌 백성에 있음을 분명히 해 두었다. 빈 칸으로 남겨졌던 부분에 답을 적어 넣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부모를 언급하는 것만으로 갑자기 진지해진 백동수의 내적 변화나, 지선의 질문에 대한 세자의 고민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것은 여전히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여운을 이기는 것 외에는 강해져야 할 이유를 달리 찾지 못하던 동수가 비로소 각성할 계기가 생겼다는 것, 그리고 극이 상정한 선악의 기준이 공허한 정쟁과 북벌만은 아니란 것을 증명한 것만 해도 <무사 백동수>로 서는 제법 큰 도약인 셈이다. 아직 풀어야 할 매듭은 많지만, 동수와 여운이 궁궐로 들어가 세자의 북벌사업에 본격적으로 개입할 후반 2/3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은 그 때문이다.
10 아시아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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