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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개 <7광구>, 3D 블록버스터의 제 몫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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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개 <7광구>, 3D 블록버스터의 제 몫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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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3D 블록버스터를 지향하는 <7광구>가 2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첫 공개됐다. 영화 <7광구>는 지난 2009년 <해운대>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윤제균 감독이 제작을 맡고 <에일리언>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콘셉트의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는 처음 시도되는 3D 대작 영화이자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 박철민, 송새벽, 이한위, 조혜련 등 호화 캐스팅 역시 관심을 받았다. 시사 후 남겨진 질문은 하나다. <7광구>는 과연 3D 블록버스터로서 한국영화의 수준을 끌어올렸을까?

<7광구>는 제주도 남단 7광구 망망대해에 있는 석유 시추선 이클립스 호 대원들이 위협적인 해저 괴생물체를 상대로 벌이는 사투를 그린다. 하지원은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석유 시추의 꿈을 향해 쫓는 해저 장비 매니저 차해준 역을 맡았고 오지호는 하지원을 일편단심 사랑하는 유질분석관 김동수로 출연한다. SBS <시크릿가든>에서 하지원의 아버지 역으로 출연했던 정인기가 다시 한번 하지원의 아버지로 등장하며 안성기는 정인기의 과거 동료인 안정만 역을 맡았다. 박철민과 송새벽은 코믹 콤비로 등장한다.


<7광구>는 <에일리언> 같은 SF 괴수 공포 액션영화의 관습을 답습한다. 1985년 제주 인근 심해에서 처음 발견된 괴생명체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해 30여분간 시추선 대원들의 캐릭터와 이들의 드라마를 설명한다. 단계적으로 내러티브의 무게중심을 괴물의 존재로 이동한 뒤 영화는 대원들을 하나둘씩 희생시키면서 본격적인 사투를 보여준다. 유사 장르의 드라마 전개 패턴 중 가장 단순하고 익숙한 방식이 그대로 펼쳐진다. 허를 찌르는 반전이나 참신한 전개 방식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장르영화로서 <7광구>의 완성도는 평균 수준이나 그 이하에 그친다. 작품의 완성도를 가장 떨어뜨리는 지점은 영화 초반 30분이다. 7광구에서 석유 시추를 하는 캐릭터들이 제시되고 이들이 하나의 관계망을 이루며 드라마를 형성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영화는 개별 캐릭터들을 무심하게 던져줄 뿐 이들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망을 만드는 데는 실패한다. 캐릭터는 주인공, 주인공의 연인, 주인공과 대립각을 이루는 인물, 코믹 콤비, 비밀을 간직한 인물 등 기능적 측면만 평면적으로 묘사된다. 하지원과 오지호의 로맨스, 박철민과 송새벽의 코미디는 활기 없이 이어지기만 한다. 모든 캐릭터들이 땅에 발 붙이지 못하고 붕 떠있는 느낌을 준다.


괴물이 등장하기 전까지 <7광구>는 활기 없고 산만한 배경 설정에 치중한다. 영화가 시작하고 35분이 지나 괴물이 나타나면서 드라마는 활기를 찾는다. 괴물이 등장인물을 하나씩 해치우고 남은 대원들이 괴물을 상대로 싸우면서 장르의 관습으로 안전하게 편입한다. 석유 시추선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대원들과 괴물이 쫓고 쫓기며 스릴을 만들어낸다. 각 캐릭터들의 드라마가 약한 탓에 비장한 느낌은 덜하다. 괴물 크리처 CG와 액션 연출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보다는 나은 수준이지만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에 비하면 부족하다. 3D 영상 연출은 해저 및 폭발 장면 등에서 꽤 입체적으로 묘사되긴 하지만 대체로 평이하다.


한국 블록버스터는 <7광구>를 통해 한 걸음 진일보했을까. 이 작품이 기술적인 면에서 한국영화의 현재 수준을 제시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3D나 CG는 일부분 진보한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활용한 액션 연출은 제자리걸음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드라마다. <7광구>는 분명히 <해운대>보다 서사 측면에서 후퇴했다. 결정적으로 기술과 서사가 균형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 팝콘영화라고 용도를 한정해도 아쉬운 측면이다.


10 아시아 글.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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