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제약사 신약 프로젝트 글로벌 도전 임박.. 최근 약가정책에 발목 잡힐까 우려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혜정 기자]한국 제약산업 역사에 기록될 유망 신약 5개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름뿐인 신약에 머물지 않고 세계 제약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로서는 100여년의 긴 업력에도 불구, 단 한 개의 글로벌 신약도 만들지 못했다는 멍에를 지울 수 있을까도 관심사다. 하지만 막바지 고비를 남겨놓고 넘어야 할 높은 산을 만났다. 신약개발의 경우 막바지에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데 정부의 강도 높은 약가인하 정책으로 제약사들이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지 않을까 우려된다.
◆동아ㆍ녹십자ㆍ한미ㆍLGㆍ보령 등 선봉에 서다
5개 대표적 제약업체가 개발 중인 신약은 항암제, 항생제, 당뇨약, 고혈압약, 면역치료제 등 다양하다. 환자수가 폭증하면서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다.
이들 의약품의 경우 과거 해외시장으로 나가 실패를 맛본 국산신약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과거에는 시장 자체가 작거나 유병률이 낮은 의약품으로 선진시장에 진출했다가 개발비도 회수하지 못할 정도로 고전했고, 판권을 사간 제약사가 개발을 포기해 사장돼 버리기도 했다.
개발완료 단계에 가장 근접한 동아제약의 슈퍼항생제는 현재 유일한 치료제인 '자이복스'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미약품의 비소세포성폐암치료제도 표준치료법을 뛰어넘는 신약으로 다국적제약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레사나 타쎄바가 일명 '혁신적 신약'으로 불리는데, 이들이 가진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애초 이레사, 타세바와 비슷한 효능을 가지는 약으로 개발했는데, 1상 시험에서 이들 약에 내성을 가진 암에도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세계 시장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쟁품과의 차별성보다는 시장규모 자체가 거대해 유망한 신약으로 꼽히는 경우는 보령제약의 고혈압약과 LG생명과학의 당뇨약이다.
◆"이제 거의 다 왔는데…"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역사는 이미 20여년에 이른다. 여전히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1년에서 3, 4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신약개발의 특성상 후반부에 접어든 것은 그만큼 실패확률이 적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신약개발은 후반부로 갈수록 돈이 많이 든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투자액은 복제약 판매로 충당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제약업체들이 복제약에서 지나친 이윤을 얻고 있고 이것이 리베이트로 흐른다는 정부의 시각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나긴 신약개발 단계를 무사히 거쳐올 수 있던 데는 복제약을 기반으로 한 안정된 내수시장이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복제약이 신약개발의 원천 자금 역할을 한 것도 분명하다는 것이다.
실제 동아제약과 한미약품, 보령제약은 전형적인 복제약 회사였다. 녹십자는 B형간염백신과 혈액제제가, LG생명과학은 모기업의 자금이 같은 역할을 했다. 건강보험이란 우산속에서 충분한 체력을 기른 이들이 신약개발로 체질을 바꿔가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때문에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약가인하 정책이 신약개발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금을 끊는 '악영향'으로 작용할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업계에 팽배하다. 리베이트를 근절하고 동시에 BT강국으로의 발전도 포기하는 형국이란 게 업계의 주장이다.
제약협회는 최근 정부에 보낸 탄원서에서 "정부의 획일적 추가 약가인하 방안은 제약기업들의 노력과 핵심역량을 송두리째 무너트리는 충격"이라며 "R&D 활동과 투자의욕을 위축시키고는 어떤 산업육성정책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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