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미국은 감사원이 국회 소속이다"(감사원 출입기자)
"미국 감사의 80%는 국회에서 요구하는 것이다. 감사원이 입법부에 속할 경우 우리도 미국과 유사해지거나 더 못해질 수 있다"(감사원 기획관리관)
감사원이 쇄신책을 발표한 지난 25일 감사원 기자실. 감사원의 소속을 놓고 출입기자들과 감사원 공무원 사이에 때 아닌 관할논쟁이 벌어졌다. 감사원을 직속으로 두느냐, 아니면 국회에 두느냐는 헌법 개정사항인 만큼, 기자들과 공무원간의 논쟁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같은 논쟁은 그만큼 감사원의 독립성 확보가 절실하다는 방증이다.
이날 감사원이 마련한 쇄신책에는 은진수 전 감사위원으로 촉발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감사원은 감사기간 중 감사 장소를 벗어나 피감기관이나 이해 관계인을 만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등 감사활동 수칙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평상시에도 근무 관련자와 만날 경우 상사에게 보고하고 식사를 하게 되면 각자 부담토록 하는 규정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하다. 정치인에 대한 감사위원 배제의 경우도 은 전 감사위원이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만큼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보다 시급한 것은 감사원의 구체적인 독립성 확보 방안이다. 그동안 감사원은 '4대강 감사' 지연 의혹이나 '저축은행 감사' 무마 의혹 등 감사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각종 의혹에 시달려 왔다. 때문에 감사원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감사원장이 정치인 감사위원 임명 제청을 배제한다고 해도,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임명을 하면 그만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외압 때문에 감사가 중단된 적이 없다"는 수준의 해명으로는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시키기 어렵다.
무엇 보다 이번 쇄신책에는 감사원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된 폐쇄주의를 해결하는 방안이 빠져 있다. 저축은행 감사 결과에 대한 감사위원회 회의록만 공개해도 은 전 감사위원의 감사 무마 의혹은 쉽게 해소될 수 있었다. 감사원의 독립성 확보 방안은 가상하지만, 역부족일 수 있다. 그러나 감사원이 내부 문제에 좀 더 개방적이라면 오히려 외압이 발 붙이기 어렵지 않을까?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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