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전셋값 진앙지 '빅4']강남·과천·판교·일산 가보니(종합)

시계아이콘읽는 시간3분 1초

전셋값이 미쳤다. 29개월째 상승세다. 비수기인 7월 들어 상승세가 더욱 가파르다. 잇단 전세시장 안정대책이 무색할 지경이다. 전셋값 상승 진앙지 '빅4'를 가봤다.


◇ '강남구', 학군수요에 재건축 이주까지 겹쳐 '들썩'
= "대치동은 여름방학 되면 외국에서 공부하던 학생들까지 와서 전셋집이 더욱 부족하다. 이번엔 재건축 이주수요까지 더해서 '엎친데 덮친격'이다."(대치동 인근 K중개업소 관계자)

꾸준한 학군수요로 붐비는 강남 일대 전셋값 오름세가 인근에 연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대치동에 전셋집이 부족하니 역삼동으로 번지고 나아가 주변 양천구, 송파구까지 셋집을 구하러 다녀서다.


전셋값 상승의 진원지가 된 대치동 일대는 6월부터 서두른 학군수요 전세입자가 몰렸다. 서울부동산광장 전·월세 실거래가 집계에 따르면 학군 전세수요가 몰린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104.37㎡는 4월에 3억3000만원대로 거래가 됐지만 방학이 가까워진 6월에는 비슷한 층임에도 3억8000만원으로 전셋값이 5000만원 올랐다.

강남구는 꾸준한 학군수요에 입주물량도 거의 없다보니 우성, 선경, 미도아파트 등 전세 물량이 전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1000가구가 넘는 대치동 청실 재건축 이주수요, 우성 2차 리모델링 이주수요 등으로 대치동 외에도 역삼동 등 강남구 전체가 들썩이고 있는 모양새다.


강남구에서 전셋집을 찾지 못하자 학군수요는 인근 양천구, 송파구까지 퍼져나갔다. 양천구는 여름방학 이사철 수요로 6월부터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목동신시가지7단지 전용 59.39㎡는 5월 초 1억7500만원에 전세계약이 성사됐지만 6월 중순 비슷한 층이 4500만원 오른 2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장지동 송파파인타운8단지 10층대 전용 59.97㎡도 4월 초 2억2000만원에서 6월 중순에는 비슷한 층수가 2억8000만원으로 6000만원 올려 전세계약을 마쳤다.


이같은 서두른 학군수요로 오히려 방학이 코앞에 다가온 7월 들어서는 강남권 전셋값은 오히려 다소 안정되는 모양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7월 둘째주 서울아파트 전셋값 변동률 조사에서 강남구(0.17%)와 양천구(0.12%)는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전셋값 상승폭이 오히려 줄었다. 서울 전체 전셋값 주간변동률(0.16%)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 '과천', 보금자리지구 지정 뒤 전셋집 '실종'
= "보금자리 지역우선 청약 혜택 받으려 이사오거나 전세로 눌러앉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신 매매는 과천에서 재건축이 제일 빠른 곳도 보금자리 주택공고 발표된 뒤에 완전히 침체됐다."(과천 원문동 인근 K중개업소 관계자)


과천은 5차 보금자리지구 지정으로 전셋집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경우다. 과천에서 전셋집을 못 구한 세입자들은 인근 안양, 평촌신도시까지 전셋집 구하기에 나섰다.


3~4차보다 입지가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5차 보금자리지구 지정 뒤에 과천 전셋값은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중개업소 시세를 종합한 집계에 따르면 과천은 6월 마지막주(1.2%)에 이어 7월 첫째주(1%)까지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전셋값 상승률을 보였다.


과천의 높은 전세수요는 보금자리주택 지역우선청약제도와 관련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제도에 따르면 과천지구에서 분양하는 물량의 30%는 과천시 거주자에게 우선공급된다. 그런데 과천의 경우 청약저축 1순위가 전체 공급주택규모보다 훨씬 적다. 게다가 과천거주자로 탈락해도 경기도, 수도권 거주자에 차례로 배정되는 물량에 다시 도전할 수 있어 당첨확률은 더욱 커진다. 이에 따라 청약조건을 갖추려 과천에 신규 전세수요가 유입되고 기존 전세입자들의 재계약이 증가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과천의 전세난은 인근 안양, 평촌까지 퍼져나갔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7월 첫째주 전셋값 시세집계에서 경기도는 과천(0.41%)에 이어 서울과 인접한 안양(0.35%)의 상승폭이 컸다. 대단지 아파트가 많은 1기 신도시 가운데 평촌(0.14%) 역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안양시 평촌동 꿈동아 전용 101.99㎡는 7월 현재 3억2000만원대에 전세물건이 나왔다. 이는 KB국민은행 중개업소 종합시세 상위 평균가격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인근 K중개업소 관계자는 "휴가철 지나고 8월께 입주 가능한 전세물건은 그야말로 귀하다"고 전했다.


◇일산, 식사 덕이·지구 덕좀 보나 했더니..
일산은 올초 매주 1%대의 전셋값 상승률을 기록하며 현재까지도 전세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인근 부동산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이 지역의 전셋값 상승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인근 고양 덕이, 식사지구에서 미처 집을 구하지 못한 이들이 일산으로 다시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식사지구(7033가구), 덕이지구(4872가구)는 총 1만1000여가구가 지난해말부터 올초에 걸쳐 공급이 시작됐다. 덕이 식사지구는 3.3㎡(평)당 가격이 1400~1500만원대로 다소 높아 수요자들의 발길은 중소형아파트에 집중됐다.


전셋값에 부담을 느낀 이들이 두 지구에서 소형 아파트 중심의 아파트를 실수요 목적으로 구매하거나 가뭄에 콩나듯한 전세수요를 메꾸며 전세매물은 씨가 말랐다.


결국 집을 구하지 못한 이들이 일산으로 되돌아와 매물을 찾으며 이 일대의 전셋값이 상승케 됐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일산 지역의 일시적인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사태를 두려워한 건설업체들이 제살깎기로 분양가를 1000만원대로 낮추는 등 매도에 집중하며 전세 물량은 더욱 모자란 실정이다. 더불어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며 집이 남아돌아도 주인이 없어 전세매물이 없고 전셋값이 오르는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다.


고양 식사자구의 한 부동산 업자는 "교통상황이 개선된다면 김포 등으로 진출하는 수요가 꽤 있을테지만 아직까지 전부터 살던 지역에 계속 있으려는 수요가 전셋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난이 심각하지만 아직 김포한강신도시 등 인근지역으로 이주를 결심한 가구는 많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업자는 "올초 식사지구 인근의 아파트 전세매물은 거의 소진됐다고 보면 된다"며 "그래도 아직까지 전세매물을 묻는 전화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일산서 전셋집 구하기에 지친 이들이 김포나 파주신도시로 대거 빠져나가며 해당 지역의 전셋값도 동반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판교 전세민 대탈출 다가온다' 전셋값 폭등 조짐-
"판교 전셋값 비싼거?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뭘.." 판교지역 부동산 업자 10명에게 물어봐도 하나같은 반응이다. 이제 더이상 판교서 전셋집을 구하기란 힘들어질 것이란 뜻이다. 비싼 서울의 아파트값에 질려 판교로 탈출했던 이들이 지금 다시금 다른 지역으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부터는 조금 주춤한 상태지만 여전히 상승세를 계속하고 있다.


판교에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된 것은 2008~2009년말이다. 이 때 판교에 전세로 입주한 세대들의 2년계약 기간이 올 가을부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들 판교 전세민이 편리해진 교통을 바탕으로 판교 이남의 분당과 수지, 용인 등지로 몰리며 전셋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KB 부동산 시세 조사에 따르면 판교지역 전세매물의 평당 단가는 278만원으로 경기도 지역 평균 144만원보다 134만원이 높다. 판교원마을(한림풀에버9단지) 소형(전용면적 72㎡) 전세의 경우 평균 2억 7000만원으로 웬만한 아파트 매매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판교 가까이로는 90년대말 준공한 서현, 정자동의 아파트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노후화가 그리 심하지 않은데다 판교와 비교해 전셋값 차이가 크게 나지 않거나 오히려 싸기 때문이다.
금곡동, 구미동 등 미금역 주변 아파트 등은 판교 등지에서 오는 전세수요에 더해 분당선역 유치라는 호재가 겹쳐 지난해부터 전셋값이 대폭 올랐다. 현재 전용면적 72㎡ 아파트의 경우 2년전보다 4000~5000만원 가량이 올라 전셋값만 2억원에 가까워졌다.


정자역 주변의 한 부동산 업자는 "최근 판교지역 아파트 단지에서 온 주부들의 집단 상담 사례도 잦다"며 "주로 정자동이나 미금역 주변의 중소형 평형대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용인 수지 등지의 전셋값도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9월부터 분당선 연장선 및 신분당선이 개통할 예정이고 서울~용인고속도로, 분당~수서 고속도로 등을 이용하면 서울 접근성이 좋아져 서울에 직장을 둔 판교 전세민들의 발길이 잦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정선은 기자 dmsdlunl@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