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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엄포에 '투자할 곳 마땅찮네'…임직원들 울상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0초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연봉은 삭감되고, 돈 맡길 곳은 은행뿐이고…'


금융당국 임직원들이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울상을 짓고 있다. 주식투자가 원천적으로 금지되고, 저축은행 예금도 맘 편히 할 수 없어 사실상 의지할 곳은 은행뿐이라는 항변이다.

최근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직원들로 하여금 보유한 주식을 다 팔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주식투자도 전면 금지했다.


금융위 감사담당관실은 내부통신망을 통해 "금융위는 경제ㆍ금융 정책의 핵심부처로 주식거래와 관련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부처"라며 "원칙적으로 주식거래를 금지하고, 기존 보유 주식은 조속한 시일 내에 처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수출입은행ㆍ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 직원들이 업무 중 주식투자를 한 사례가 밝혀지며 여론의 비난이 높아지자 미리 여지를 없애버린 것. 이전에는 금융당국 임직원들도 증권 계좌를 신고하고 월별로 거래내역을 신고하면 주식투자가 가능했다. 당국에서 지시를 내린 것은 아니지만, 저축은행도 금융당국 직원들에게는 사실상의 투자 금지 대상이다. 저축은행은 5000만원 이하로 예금하면 일반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해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위공무원들의 주요 투자처로 각광받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사태에 연루돼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은 맘편히 예금할 수가 없다는 게 내부 반응이다. 한 실무 직원은 "괜히 저축은행에 예금했다가 '내부정보로 안 망할 곳 고른 것 아니냐'는 오해를 들을까봐 겁난다"고 말했다.


이미 저축은행에 예금을 보유한 직원들도 마음이 편치 않다. 또 다른 직원은 "만기가 다 돼서 예금을 찾아도, 해당 저축은행에 일(영업정지)이 생기면 미리 알고 인출한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임직원들은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재산을 불릴 수 있는 방법마저 차단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새 임금삭감을 경험했던 금융당국 임직원들로서는 생활의 여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지난해 임금을 기획재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4.1% 인상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임금동결과 삭감을 반복, 이전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친다는 평가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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