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경기도시공사가 이상한 땅장사로 167억원을 몰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는 2007년 부동산 폭등기시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는 경기도 광교 소재 땅을 분양주택보다 3.3㎡당 180만원 이상 비싸게 분양했다. 이를 받은 건설사가 이의를 제기하다 지쳐,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공사는 개발계획이 변경됐다며 사업승인을 불허했다. 이어 잔금 납주 연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면서 총 167억원의 계약금 몰수했다. 이후 공사는 가격을 확 낮춰 땅을 다시 내놓으면서 공사의 저의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5일 경기도시공사에 따르면 '분양불패지' 광교 소재 1구역 A6블록 임대주택용지(6만176㎡)가 땅주인을 못찾고 표류하고 있다. 종전 가격보다 514억원이나 내렸지만 땅값이 비싸, 찾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당초 이 땅은 부동산 폭등기인 2007년10월 분양됐다. 3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L사가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행운은 곧 불행으로 바뀌었다. 계약 후 3개월간의 조사결과 임대주택용지가 분양주택용지보다 3.3㎡당 180만원 가량 더 비쌌다. 광교 중심지 아파트가 3.3㎡당 1350만원에 분양됐는데 임대주택을 3.3㎡당 1570만원에 내놔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후 경기도시공사에 이의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사는 묵묵부답인채 1년간 공방만 진행됐다. 토지사용시기와 잔금 납부 시기가 도래했으나 L사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돈을 더이상 낼 수 없었다. 이후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용적률 기준으로 볼 때 인근 주택용지 대비 비싸며 향후 일반 아파트보다 임대아파트가 더 비싼 가격에 공급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경기도시공사의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시간만 하릴없이 약 1년이 지났다.
L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사업승인 신청에 나섰다. 하지만 공사는 '수원북부외곽도로 Ramp 신설로 A06BL의 토지이용계획 및 지구단위계획 변경 예정'이라며 이를 다시 거절했다. 공급공고 당시 계획에 없던 도로가 갑자기 생기면서 L사의 사업계획을 승인할 수 없다는 일방적 통보였다. 도로 개설이 하루 이틀 사이에 이뤄지는 것도 아닌데 L사로서는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한 달 뒤 L사는 국민권익위에 토지계약을 합의 해제하게 해달라고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공사는 잔금 연체 및 토지사용시기 만료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 계약금 167억원은 고스란히 공사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어 공사는 다시 공고를 내, 땅주인을 찾았다. 분양가격은 재감정평가를 통해 1672억원에서 514억원 내려간 1158억원에 나왔다.
땅값이 비싸다며 3년여간을 끌어온 지리한 공방에도 꿈쩍 않던 공사가 계약금만 몰취한 채 땅값을 내리고 재분양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입찰 뒤 한 달여 기간이 지났지만 이 땅을 사겠다는 곳은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L사 관계자는 "임대주택용지를 분양주택보다 비싸게 책정한 감정평가부터 의문이 제기된다"며 "공사는 합법적으로 감정평가를 하고 정보 공개 절차에 따라 자료를 보냈다고 하나, 받은 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땅값이 비싸도 사업을 하겠다고 사업계획서를 냈으나 갑자기 도로가 생긴다며 물렀다"며 "도로계획이 하루아침에 수립하는 것도 아닌데 고가 분양을 해놓고 문제를 제기하니까 고의로 계약을 해지시킨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사 담당자는 "감정평가는 제대로 이뤄졌다"며 "L사는 땅값을 알고 받아놓고, 시장이 침체돼 사업성이 떨어지니까 땅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또 "L사가 잔금을 납부하지 않아 계약이 해지된 것"이라면서 "권익위 및 L사의 요청을 들어주면 다른 곳들도 낮춰줘야 해 해줄 수 없는 사항이었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L사는 공사가 몰취한 계약금 167억원을 되찾아오기 위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공사는 땅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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