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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결단의 순간.. 강신호 회장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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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결단의 순간.. 강신호 회장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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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1963년 강신호 회장(사진)은 동아제약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알약이던 박카스정을 드링크제로 바꾸는 모험이었다. 서른 일곱 청년 강신호의 과감한 판단은 동아제약을 단숨에 업계 1위에 올려놨다.


2011년 85세가 된 강 회장은 또 다른 결단의 순간에 처했다. 4년 전 일선을 떠난 그지만, 강 회장이 아니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운명의 결정임을 동아제약 직원들도, 강 회장 자신도 잘 알고 있다. 강신호 회장은 박카스를 약국에서 빼낼 것인가.

지난 15일 박카스의 의약외품 전환 소식을 접하고 강 회장은 "신중하게 검토하자"는 짧은 반응을 보였다. 이 후 임원들이 여러 시나리오를 작성해 보고하려 했지만 강 회장은 "상황을 좀 지켜본 후 이야기하자"며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회사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박카스는 강 회장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다. 고민의 깊이를 모두들 잘 알고 있기에 강 회장이 결단을 내릴 때까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지 않겠나"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은 조급하다. 투자자들도 "동아제약이 업계 최초로 매출 1조를 달성할 절호의 기회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동아제약 매출액은 8468억원이며 박카스 매출은 1283억원이다. 증권가 예상대로 슈퍼로 나간 박카스 매출이 50% 정도 증가하고 예년 성장률을 이어간다면 동아제약의 내년도 매출액은 1조원에 근접하게 된다.


우리나라 제약회사 CEO의 꿈은 두 가지다. 세계적 신약을 개발하고 이를 통한 매출 1조원 달성이다. 강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슈퍼항생제와 자이데나의 미FDA 허가가 수년 앞으로 다가왔다. 강 회장은 자신의 손으로 두 가지 '꿈'을 모두 이뤄낼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의 결정은 전혀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박카스는 그저 그런 음료수 중 하나가 되고 '1조원의 꿈'은 4남 강정석 부사장의 몫으로 넘겨줘야 할 지 모른다. 한 때 박카스의 매출을 넘봤지만 그 열기가 오래가지 못한 비타500의 운명을 강 회장이 모를 리 없다.


'쌍벌제' 시행을 주장하다 의사들의 미움을 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미약품도 그렇다. 의사보다 훨씬 결속력이 강한 약사들과 담을 쌓게 되고 이것이 동아제약에게 위기를 가져온다면, 강 회장은 자신이 전혀 원하지 않은 모습으로 제약업계 역사에 기록될 수 있다.


그러는 사이 동아제약은 조용한 듯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방안부터 박카스 디카페 버전을 슈퍼로 유통시키는 방법, 약국과 슈퍼판매를 병행하는 방안 등 다양한 의견들을 취합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결단을 내려 슈퍼로 풀어줬는데 정작 회사측이 약국 판매를 고집할 경우 정부에 맞서는 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조언도 나왔다고 한다.


지금까지 강 회장이 내린 여러 중대한 결정을 되짚어보면 "파느냐 안 파느냐"와 같은 단순한 선택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언론이 생각하지 못한 절묘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약국, 약사, 음료수, 정부, 의사, 1조원 등 12cm 박카스를 둘러싼 난해한 셈법에 강 회장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은 지난 신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려울 때 빛을 내는 기업이 진정한 승리자다." 박카스를 법적으로 해방시켜 줄 정부의 고시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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