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대체로 계열사(게이레쓰)로부터 부품을 조달하던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해외 업체와의 공급 계약을 늘리고 있다.
자동차업체들이 3월11일 대지진에 따른 부품 공급망 붕괴로 자동차 생산에 큰 차질을 경험하면서 추후 지진에 의한 타격을 피하기 위해 부품 공급원을 다각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대지진 이후 일본 자동차업계에서 계열사로부터 부품을 조달하는 관행이 사라지는 대신 서양 업체와의 거래가 늘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미국 부품제조업체 TRW 오토모티브의 요쓰모토 신조 일본 법인 사장은 최근 해외 출장을 다니느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TRW와 공급계약을 논의하려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요쓰모토 사장은 "아시아 국가에서 공장을 가동하는 일본 자동차업체 대표들을 만나느라 바쁘다"며 "상하이에서 막 돌아왔으며, 다음주에는 인도를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TRW의 일본 자동차 업체 판매 비중이 현재 6%에 불과하지만 일본 업체들이 부품 공급원 다각화에 나서고 있어 향후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게이레쓰 구조를 통해 부품 공급업체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자사 차량을 위해 설계된 부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 문제에 직면하면서 TRW 등과 같이 대량 생산으로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과 손을 잡기 시작했다.
서양 부품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에 부품을 공급할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공장을 갖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
독일 자동차부품업체 로베르트보슈는 모든 부품을 적어도 두 개 국가에서 만든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한 국가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생산이 중단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다.
로베르트보슈의 오다 히데아키 일본 법인 사장은 "한 부품을 두 개 국가 이상에서 만들면 부품 점검에 시간이 더 걸리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면서 "지진 발생 전에는 고객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귀찮게 생각했지만, 지진 이후 시스템의 장점이 부각됐다"고 말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부품 공급원 다각화와 동시에 불필요한 자동차 부품제조 계열사를 정리하고 있다.
닛산은 자동차부품제조 자회사를 해외 기업에 매각했으며 도요타와 혼다는 일부 자회사를 통합했다.
공수민 기자 hyunh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