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선 ㈜블랙야크 대표
■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블랙야크의 강태선 대표는 ‘블랙야크의 글로벌화’ 계획을 수립, 2013년 글로벌 TOP5로 도약한다는 계획 아래 아웃도어 본 고장인 미국과 유럽 등을 비롯 신동력 성장국으로의 진출을 확대해 ‘블랙야크 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과 독일에 이어 전 세계 아웃도어 시장 규모 중 3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은, 지난 5년간 매년 20~30%씩 성장해 오고 있다.
이미 전 세계 아웃도어 시장은 600억달러를 훌쩍 넘겼고, 한국의 올해 아웃도어 시장 규모도 4조원 가량으로 예상되는 것을 보면 지금 국내 패션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아웃도어 붐은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38년 전, 내가 청계 5가에 ‘동진산악’이라는 상호를 걸고 등산장비를 판매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등산용품이라는 단어는 생소하기만 했다. 그때 당시 내가 만들어 판매한 텐트와 배낭 등이 국내 최초의 등산 장비였다.
1979년 ‘프로자이언트’라는 등산용품 상표를 내걸었지만, 비상계엄과 통금이 생기면서 등산용품 시장은 된서리를 맞았다. 하지만 통금이 해제된 1981년 이후 ‘무박산행’이라는 상품을 내걸고 전국의 산을 오르기 시작, 코펠과 텐트, 배낭 등 등산용품 등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30년 전 대한민국은 캠핑 열풍이 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도 잠시, 10년 뒤 산에서 야영과 취사가 금지되자 산악용품 판매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이때 대부분의 산악용품 제조사들은 문을 닫기 시작했으며, 섣불리 손을 댄 대기업 역시 사업을 철수했다.
새로운 사업의 전환점이 필요했던 시기, 위기를 기회로 삼아 아웃도어 의류 사업을 시작한다. 이때 만들어진 것이 바로 ‘블랙야크’다. ‘산에 패션 시대가 온다’는 광고를 하면서 검은색 등산복을 출시, 등산복이라면 가장 먼저 검정색을 떠올리는 것도 바로 블랙야크가 만들어낸 등산복에 대한 정의였다. 등산 시장은 소비가 위축되는 경기 침체일 때 오히려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진다.
IMF 시절 명예퇴직으로 대한민국이 어려움을 겪을 때, 국민적 관심이 되었던 것이 바로 등산이었다. 회사 밖으로 나온 가장들이 산으로 발걸음을 돌리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시간과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등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것.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실직한 남편을 응원하기 위해 아내들이 함께 산을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여성 등산 인구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기존 등산용품의 주 고객층은 남성이었으나 그때 남편과 함께 아내들이 산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여성 고객층이 증가한 시기도 바로 이때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아웃도어 스타일을 변화시켰다. 40~50대 남성 중심의 제품들이 여성과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밝고 화려한 스타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대기업의 아웃도어 시장 진입 및 신규 브랜드 런칭 등으로 등산 시장이 커짐과 동시에 아웃도어 브랜드 역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요즘, 이로 인해 시장 내의 경쟁이 치열해지기도 했지만 이럴 때 일수록 국민정서를 이해하고 시장의 흐름을 안정화 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아웃도어 시장이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최고의 제품력과 꾸준한 연구 개발로 이제는 해외 브랜드가 국내에 수입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브랜드가 세계 속의 아웃도어 브랜드로 도약해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세계인의 마음속에 심어 주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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