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수요로 철강제품·컨테이너 노선 운임 인상 차질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국내 철강, 해운업계가 '사라진 인상(引上)효과'에 끙끙 앓고 있다. 지난 4월 철강제품 및 주요 컨테이너 노선의 운임인상 계획을 발표했으나, 침체된 수요로 인해 정작 시장에서 인상분이 적용되지 않아서다. 인상 계획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가며 업계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지난달 제조투입분부터 열연강판 및 후판 가격을 t당 16만원씩 인상키로 했으나, 실제 반영분은 5만~6만원에 그쳤다.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한 국내 열연 유통가격은 인상 전 가격보다 6만원 오른 96만원대를 형성했다.
t당 최대 17만원의 인상을 단행한 강관, 파이프업체도 인상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미 일부 업체는 가격인상계획을 철회하거나, 할인품목을 대폭 늘렸다. 대다수 업체들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제품가격 인상은 실패”라며 “정부의 눈치를 보다 타이밍을 놓쳤다. 인상폭이 지나치게 높았던 점도 문제지만 포스코의 인상발표에 앞서 미리 수입 재고 등을 확보한 업체들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일본 대지진 수요가 기대되지만, 이제 곧 계절적 비수기에 진입하기 때문에 철강 제품값이 더 하락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컨테이너 성수기를 앞둔 해운업계도 유럽항로, 북미항로 등 주요 노선에서 운임인상에 실패하며 고민에 빠졌다. 6월 초 현재 아시아~유럽항로의 평균운임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수준인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당 800~900달러선에 불과하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내 컨테이너선사들은 5월부터 이들 항로의 운임을 인상키로 하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나, 한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운임계약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체의 경우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300달러선에서 유류할증료 명목으로 50달러를 인상하는 데 그쳤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성수기를 앞두고 대기선박이 노선에 대거 투입됐을 뿐 아니라, 1만TEU급 초대형 선박을 운영하는 몇몇 해운사들이 배를 채우기 위해 저가의 운임을 제시하고 있어 운임 인상이 여의치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운임 인상분이 실제 시장에서 적용되지 못하며 업계 실적전망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원자재 및 국제유가 인상분을 가격에 전가시키지 못한 만큼, 2분기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등 국내 해운업계 빅3는 지난 1분기보다 적자폭이 커지거나 비슷한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다. 1분기에 흑자를 거둔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 머스크라인도 2분기에는 적자가 예상된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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