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2009년 보금자리주택 지구 첫 지정 이후 서울 경기도 지역 전셋값이 두자릿수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 시세보다 싼 보금자리주택을 기다리기 위해 구매력 있는 수요자들마저 전세로 계속 눌러앉으면서 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화된 결과다.
이에 따라 4월 이후 잠잠해졌던 전세난이 최근 강남권 근거리의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 발표를 계기로 재연될 것이란 우려도 팽배해졌다. 서울 강동권과 과천 등 5차 보금자리지구 후보지 입지는 기존 3·4차 지구에 비해 훨씬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23일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서울시 전셋값은 보금자리 시범지구가 처음 지정된 2009년 5월보다 12.30% 뛰었다. 경기도의 전셋값도 이 기간 10.19% 올랐다.
반면 아파트 시세의 경우 서울은 0.51% 상승에 그쳤고 경기도는 되레 1.16% 떨어졌다.
이 기간 전셋값이 급등한 이유는 전세 수급 불균형 때문이다. 2008년 말 세계 금융위기 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집을 사는 대신 전세로 눌러앉은 수요자가 늘어났다. 여기에 정부가 2008년 하반기 시세보다 싼 보금자리주택 공급정책의 발표와 2009년 시범사업 지구 첫 선정 등을 통해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줄이 전세로 돌아섰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다보니 기존 매매시장의 거래가 끊어지고 이에 따라 가격이 더 내려가 전세 수요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 것이다. 보금자리 주택이 좀처럼 꺾일 줄 몰랐던 집값을 잡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함과 동시에 서민들의 주거를 불안하게 만든 셈이다.
설상가상 한창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역대 최고 수준이란 평가를 받는 5차 보금자리주택이 발표됐다. 강남권 실수요자들의 대기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인 만큼 올 하반기 전세대란을 촉발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올 하반기 서울의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 증가로 전세시장이 불안할 것이란 우려가 많은 상황이다.
때마침 4월부터 잠잠했던 전세시장도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5월 셋째주 서울 지역 전세가격은 0.04%올랐다. 전셋값 상승지는 대표적인 학군 수요지인 강남·양천구다. 강남구 대치동 삼성래미안 125㎡A는 6억~6억7000만원대로 직전주보다 1000만원 올랐다. 양천구 신정동 아이파크 105㎡A도 2000만원 오른 3억6000만~4억3000만원대에 전셋값 시세가 형성됐다. 올해 초 극심한 전세난을 겪었던 수요자들이 여름방학을 앞두고 미리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임병철 부동산114 팀장은 "입지여건이 좋은 5차 보금자리주택 발표는 청약 대기수요가 발생할 수 있고 기존 아파트 거래시장의 매수심리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전세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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