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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JAZZ! - 재즈칼럼니스트 황덕호의 허비 행콕과 팻 메스니 내한공연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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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전설의 전율, 그들은 젊었다!

OH, JAZZ! - 재즈칼럼니스트 황덕호의 허비 행콕과 팻 메스니 내한공연 관람기 현존하는 최고의 재즈 거장들의 환상적인 합주. 팻 메스니(기타), 안토니오 산체스(드럼), 게리 버턴(바이브라폰) & 스티브 스왈로(베이스)(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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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10일과 11일 양일 동안 재즈의 두 전설인 허비 행콕과 팻 메스니의 내한 공연이 열렸다. 재즈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말로만 듣던 재즈 아이콘들의 공연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이를 놓쳤다고 땅을 치고 후회할 필요는 없겠다. 또 한 명의 '재즈 전설' 키스 자렛이 6월 초 내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비 행콕과 팻 메스니의 공연을 관람한 재즈 칼럼니스트 황덕호 씨의 따끈따끈한 공연 감상평을 싣는다.

이번 주는 국내 재즈 팬들이 선택을 놓고 수 없이 갈등했던 '고민주간'이었다. 서울재즈페스티벌의 일환으로 '팻 메스니와 친구들 Pat Metheny & Friends'이 5월 10~11일에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내한공연을 가졌고 메스니가 공연을 하고 있던 첫째 날, 그곳에서 불과 7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는 '허비 행콕 이매진 프로젝트 밴드 Herbie Hancock Imagine Project Band'가 연주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민 할만 했다.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이후 재즈를 가장 혁신적으로 변모시켰던 건반주자인 행콕과 1970년대 후반 재즈기타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낸 연주자 메스니 사이에서 재즈 팬들의 선택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OH, JAZZ! - 재즈칼럼니스트 황덕호의 허비 행콕과 팻 메스니 내한공연 관람기 펫 메스니

11일에 관람한 '팻 메스니와 친구들'의 무대에서 특별히 궁금했던 점은 이 밴드의 정체였다.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한 게리 버턴, 스티브 스왈로, 안토니오 산체스는 메스니를 포함해서 모두 게리 버턴 사중주단의 일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난 2007년부터 이들은 게리 버턴의 리드아래 함께 활동해 왔는데 갑자기 한국 공연에서는 그 이름이 '팻 메스니와 친구들'로 바뀐 것이다. 그것도 '세계 초연'이라는 거창한 홍보와 함께. 그것은 혹시 국내에서 메스니의 특별한 인기를 이용한 편법은 아닐까, 정말 그들은 이름에 맞는 전혀 다른 음악을 들려줄 수 있을까, 나는 궁금했다.


OH, JAZZ! - 재즈칼럼니스트 황덕호의 허비 행콕과 팻 메스니 내한공연 관람기 허비 행콕

하지만 기우와는 달리 '팻 메스니와 친구들'은 '가명(假名)'의 밴드는 아니었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이 이름은 메스니를 중심으로 한 음악회 프로그램 제목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메스니는 함께 활동하는 게리 버턴 사중주단의 멤버들을 하나하나씩 무대로 초대해 함께 2중주를 들려주면서 정규 사중주단의 음악에서는 들을 수 없는 음악을 만들어 냈고 공연의 후반부에는 모두 모여 게리 버턴 사중주단의 레퍼토리를 연주했다. 사실 이들 멤버들은 그저 '친구들'이란 이름으로 감춰지기엔 터무니없는 명인들이다. 모두들 자신의 밴드를 갖고 있고 솔로이스트들이며 버턴과 스왈로는 그 경력이 반세기에 이른다. 특히 잠시 연주를 쉬면서 무대 옆 의자에 앉아 있는 버턴의 모습은 기이한 느낌을 자아냈다. 단정하게 빗은 머리에 검은 뿔 테 안경. 마치 정원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 미국 농촌의 평범한 백인 노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네 개의 말레(mallet)를 손가락에 끼고 신들린 듯 바이브라폰을 두들길 때 그는 시퍼런 두 눈으로 새로운 음악을 여전히 갈구하며 연마하는, 평소 자신의 본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던 '무서운 노인'으로 돌변했다. '세시봉 친구들'보다 열 살 가까이 나이가 많은 버턴과 스왈로(1940년 생)는 어떻게 아직도 현재 진행형의 음악을 만드는 것일까. 그들은 왜 늙지 않는가. 혹은 우리는 왜 조로하는가. 그러므로 메스니 주도의 무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버튼의 무대를 이전에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내게 무대의 진정한 주인공은 게리 버턴이었다.
OH, JAZZ! - 재즈칼럼니스트 황덕호의 허비 행콕과 팻 메스니 내한공연 관람기 허비 행콕 내한공연


하루 전 날 보았던 허비 행콕은 재즈 계에서 이미 늙지 않는 뮤지션의 상징이다. 그 역시 1940년생이지만 이날 무대에서 그는 점퍼와 청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무대 위를 춤추면서 등장했다. 이날 공연의 주제였던 '이매진 프로젝트'(전 세계의 음악을 재즈를 통해 하나로 통합하려는 상상)를 단 네 명의 편성으로 구현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였지만 흔히 볼 수 없는 행콕의 트리오 편성의 연주를 통해 그의 건반 실력을 보다 확실하게 감상 할 수 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였다. 특히 이날 행콕은 그가 1980년대 즐겨 사용했던 기타 모양의 신디사이저를 메고 나왔는데 그를 통해 연주했던 '워터멜론 맨'의 10여 분 동안의 즉흥연주는 탄성을 자아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앵콜 무대에서 벌어졌다. 박수를 받고 나온 행콕이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카멜레온'을 연주하자 관객들은 환호를 지르며 무대 앞으로 뛰쳐나갔고 발광(發光)하는 수 백 대의 아이폰이 동시에 공중으로 치솟으면서 무대를 촬영했다. 행콕은 전혀 개의치 않고 연주에 몰입했으며 그 광경이 신기했던 밴드의 베이스 주자 제임스 지너스는 자신의 아이폰을 꺼내 오히려 객석을 촬영하면서 함께 춤을 추었다.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공연장에서는 그 어떤 촬영도 안 된다는 생각의 나는(심지어 아이폰도 갖고 있지 않은 나는!) 아직 쉰도 되지 않은 나이에 노인이 되어 있었고 계속해서 새로움을 추구한 행콕, 버튼, 스왈로 그리고 메스니는 여전히 청년이었다. 플래시 하나만 터져도 공연 도중 연주를 멈추고 나가버리는 키스 자렛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6월 2일 그 역시 한국 무대를 찾는다.




글_황덕호(재즈칼럼니스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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