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열두 달 절집 밥상/ 대안스님 지음/ 웅진리빙하우스/ 1만8000원
'때에 맞는 음식을 먹어라' '제철 음식을 먹어라' '골고루 섭생하라' '과심은 금하고 육식은 절제하라' 불교의 4대 계율서의 하나인 '사분율(四分律)'의 가르침이다. 사분율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잘 먹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수행 가운데 하나다. 불교에선 밥 먹는 것을 공양(供養)이라 부르며 공양도 일종의 수행으로 여겼다.
서울 종로구에서 사찰음식 전문점 '발우공양'을 운영하는 대안 스님은 이와 관련해 "절집에선 자연의 순리에 맞춰 밥상을 차린다"며 "자연에 가장 가까운 음식, 느림으로 차리는 밥상이 우리 몸과 마음에 평온을 가져와 건강을 지켜주는 법"이라고 했다. 자연의 기운을 간직한 제철 재료로 특별한 첨가물 없이 조리해 차린 절집 밥상이 곧 수행이자 건강을 지키는 비법이라는 것이다.
11월에 콩을 수확하면 메주를 만들어 잘 띄운 뒤 정월에 된장을 담고, 늦가을 고추 수확이 끝나면 한 달 정도 있다가 고추장을 담그기 시작해 이듬해 정월이 지나기 전에 끝마친다. 집간장은 된장을 건져내고 난 나머지 국물에서 얻는다. 국물이 필요한 요리에 쓰는 맛국물은 마른 표고버섯과 다시마를 넣고 끓여낸다. 인공 조미료 대신 쓰이는 맛가루 가운데 들깨가루는 들깨를 깨끗이 씻어 말린 뒤 볶고, 또 믹서에 갈아서 만들면 된다.
대안 스님은 '열두달 절집 밥상'에서 특별한 양념도, 희귀한 재료도, 복잡한 조리법도 없이 간단하게 무치고, 삶고, 볶고, 끓여 만드는 절집 음식을 차분하게 소개한다. 음식의 기본 재료가 되는 장과 맛국물, 맛가루 만드는 법에서부터 시작해 '제철 음식을 먹으라'는 가르침대로 1년 12달, 계절에 맞는 밥상 차림까지를 모두 만날 수 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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