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오는 주말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충남 아산 현충사를 가볼만 하다. 5년에 걸친 공사 끝에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인 28일 '충무공 이순신 기념관'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로 이순신 관련 유물과 역사자료를 전시한 이곳에선 어린 학생들에게 그 내용을 설명해 줄만한 특급 보물이 처음 공개된다.
잘 알려진 <난중일기>가 그 주인공이 아니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 임금이 이순신에게 보낸 편지 한통이 그것이다. '기복수직교서'라고 불리는 이 고문서를 기념관 문을 열기 하루 전인 27일 문화재청이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로 지정했다. '기복수직교서'와 함께 이순신이 무과에 급제할 때 내려진 '무과홍패', 1643년 인조가 이순신에게 충무공(忠武公)이라는 시호를 내린 교지인 '증시교지', 선조가 이순신에게 내린 밀부인 '유서' 등 모두 13점이 새로 보물로 지정됐다.
선조의 사과문이자 이순신을 다시 통제사에 임명하는 문서로 알려진 이 귀한 보물 앞에 서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선조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읽어줄만 하다. 그 내용은 이런 것이다. 1597년 7월23일, 이순신의 손에 한 통의 편지가 쥐어진다. 선조가 내린 교서다. 편지를 읽어내려가던 그의 눈이 한 곳에 멈춰선다.
'尙何言哉 尙何言哉(상하언재 상하언재)' '무슨 할 말이 있으리오, 무슨 할 말이 있으리오'
선조가 다섯 달 전 그를 내친 일에 대해 사과하는 말이었다. 선조의 진심어린 후회가 이어졌다.
'그대의 직함을 갈고 그대로 하여금 백의종군하도록 하였던 것은 역시 이 사람의 모책이 어질지 못함에서 생긴 일이었거니와 그리하여 오늘 이 같이 패전의 욕됨을 만나게 된 것이라 무슨 할 말이 있으리오'
1597년 원균이 칠천량 해전에서 참패하고 목숨을 잃자 선조는 그제야 이순신을 다시 생각한다. 이순신을 통제사직에서 물러나게 한 일에 대한 깊은 후회를 담아 내린 교서가 바로 '기복수직교서(起復授職敎書)'다. 기복은 어버이 상중에 벼슬자리에 나아간다는 의미고, 수직은 통제사직을 준다는 뜻으로 '기복수직교서'는 모친상을 당한 이순신에게 벼슬을 내린 교서를 말한다.
'기복수직교서'에는 후회와 더불어 이순신을 다시 통제사에 임명하려는 선조의 뜻이 담겨있다. 선조는 백성을 사랑하고 부하를 아꼈던 이순신의 정신을 다시금 떠올려 그가 흩어진 군대를 모아 남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교서 말미에 써 있는 이 말은 당시 선조의 마음이 어땠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제 그대를 평복 입은 속에서 뛰어 올려 도로 옛날같이 전라좌수사 겸 충청전라경상 등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하노니 그대는 도임하는 날 먼저 부하들을 불러 어루만지고 흩어져 도망간 자들을 찾아다가 단결시켜 수군의 진영을 만들고 나아가 요해지를 지켜줄지어다'
한편, 충남 아산에선 이날부터 '성웅 이순신 축제'가 시작됐다. 주 무대인 온양온천역 광장과 온양온천 시장에서는 다양한 퍼포먼스와 뮤지컬, 노래자랑이 펼쳐지며 성악가와 유명 대중 가수가 참여하는 축하음악회 및 기념콘서트 등도 열린다. 난타 하이라이트 공연과 희망 이순신을 담은 불꽃 판타지 쇼도 관광객을 기다린다. 시민문화복지센터에서는 이순신의 생애와 해상 대전들을 생생하고 실감나게 표현한 3D 애니메이션 영상도 상영된다.
아산=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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