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거래액의 0.0002%
[아시아경제 박연미·이윤재 기자] 옥션과 G마켓, 11번가 등 유명 오픈마켓들이 광고비를 받고 '베스트셀러' '프리미엄 상품' 같은 문구를 붙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품질이 좋거나 판매량이 많은 제품으로 믿고 구입한 소비자들은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 노출 수준이 판매량을 좌우해 입점 업체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광고를 해왔다.
이처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로 업체들의 꼼수가 드러난 건 반갑지만, 고민은 남는다. 거래 규모에 비해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아서다.
공정위는 25일 소비자 기만 행위를 사이트에 공표하라는 명령과 함께 3사에 모두 1800만원의 과태료를 물렸다. 업계가 추산한 3사의 연간 거래 규모는 약 9조원(2009년). 이번에 물린 과태료는 거래액의 0.0002%에 불과하다.
업체별로는 11번가(SK텔레콤 운영) 500만원, 옥션과 G마켓(모두 이베이 운영)이 각각 500만원, 800만원씩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2009년 11번가를 통해 1조2000억원, 옥션에서 3조1000억원, G마켓에서 4조7000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음을 고려하면 제재 효과를 의심하게 하는 수준이다.
형평성 논란도 인다. 담합 사건으로 18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온라인 음악서비스 업계나 131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된 두유업계에선 공정위가 오픈마켓에 지나치게 관대한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처벌 수위에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공정위 측은 "적용받는 법이 달라서"라고 했다. 전자상거래법의 적용을 받는 오픈마켓과 공정거래법으로 처벌하는 담합 사건은 처벌 수위가 완전히 다르다는 얘기다.
전자상거래법은 대부분의 행위를 단순한 질서 위반 여부로 따진다. 먼저 과태료를 물리고, 시정 명령 뒤에도 법 위반이 반복되면 잠시 영업을 못하게 하거나 그에 준하는 과징금을 물리게 돼있다. 법 위반 사실이 처음 드러난 오픈마켓에는 과징금을 물릴 수 없는 구조다.
반면 공정거래법은 부당이득 환수와 행정제재의 성격을 함께 지녀 법리가 더 복잡하고 엄격하다. 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기준도 명확치 않아 다툼의 여지가 있다. 대개 부과액 규모가 크고, 형사처벌 등 제재 수위가 높은 게 특징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과태료가 적다는 비판이 있지만, 각 사이트를 통해 기만 행위 고지가 이뤄지면 충분히 제재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전자상거래에서도 시정조치와 영업정지, 과징금 부과가 동시에 가능하도록 하는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도 비슷한 행위가 이뤄지고 있는지 조사를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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