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몽골에서 온 그의 한국어는 놀랄 만큼 유창했다. 최근 취업에 성공한 그에게 비결을 묻자 한국어 구사 능력과 2년 동안의 통ㆍ번역 업무 경험, 현재 대학원에서 사회복지 공부를 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그는 최근 여성가족부(장관 백희영) 다문화가족과에 채용돼 결혼이민자 민원상담, 결혼이민자 안내서 번역 등 업무를 맡게 된 몽골 출신 결혼이민자 정수림(36ㆍ사진)씨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에서 시간제 계약직, 전문 지방계약직 등으로 결혼이민자를 채용한 적은 있지만 중앙행정기관에서 결혼이민자를 채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씨는 2000년에 한국으로 결혼이민을 왔다. 지금은 초등학생 아들 둘을 둔 11년차 '한국 엄마'지만 당시엔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몰랐다. 도움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아 몽골에서 가져온 한국어 책과 TV 드라마를 교본 삼아 한국어 공부를 했다. 한국에 적응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아이 둘을 낳아 키웠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어가고 나서야 정씨에게도 여유가 생겼다. 뭔가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그 때 새로운 삶의 기회가 찾아왔다. 2009년의 일이었다. 남양주 다문화 가족 지원 센터에서 통ㆍ번역 일을 제안 받은 것이다. 다문화 가족을 지원하는 일이었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정씨는 다문화 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자신과 같이 결혼이민을 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올 3월 우연히 보게 된 여가부의 채용 공고는 정씨에게 두 번째 기회를 가져다 줬다. 다문화 가족 지원 업무를 담당할 결혼이민자를 뽑는다는 공고를 본 정씨는 경험 삼아 해보자는 생각으로 지원을 했다. 정씨는 서류 심사 통과 뒤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온 결혼이민자 4명과 함께 면접을 봤고, 며칠 뒤 합격 통보 전화를 받았다. 기쁜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지만 2년 동안 해 온 남양주 다문화 센터 일을 그만둬야 하는 게 한편으론 맘에 걸렸다. 고민 끝에 여가부 일을 하기로 결심한 정씨는 지난 15일 첫 출근을 했다. 또 다른 삶의 시작이었다.
정씨는 첫 출근 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도움을 받을 곳이 없어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이렇게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여성가족부는 다문화 가족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인 만큼 이곳에서 다른 결혼이민자들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족을 위한 사회복지 분야 일을 꿈꾸는 그는 온라인으로 공부를 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을 만큼 열심이다. 지난달에는 서울여대 사회복지대학원에 입학해 사회복지 관련 공부를 시작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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