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저는 초등학교 교사인데 남편의 지속적인 부정행위에 시달리다가 결국 재작년에 이혼을 했습니다. 아들, 딸 각 1명씩 있었는데 아들은 전 배우자가 양육하고 저는 딸 하나를 데리고 있습니다. 배우자 조건으로는 나이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웬만한 경제력과 반듯한 삶의 자세를 가진 남성이면 됩니다. 자녀는 적을수록 좋으나 다른 조건이 충족되면 둘까지 수용하겠습니다. 물론 성장하여 독립적으로 생활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재혼전문 결혼정보업체 온리유(www.ionlyyou.co.kr)의 회원인 46세 P씨가 당초 상담할 때 밝힌 내용이다. 이 여성은 등록 후 3번째 만남에서 50세의 대기업 임원을 만나 어렵잖게 결혼에 골인했다. 본인의 조건도 무난할 뿐 아니라 배우자 조건도 폭넓게 수용했기 때문이다.
"증권사 부장으로 연봉은 9,000만 원 정도 됩니다. 그 동안 재산도 제법 모았었는데 이혼 시 전 배우자에게 분배하다보니 저한테는 전셋집 하나밖에 남은 게 없습니다. 자녀 둘은 전 배우자가 키우고 있으나 저도 정기적인 면접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37세 전후의 초혼이나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을 원합니다. 함께 경제활동을 할 교사나 약사 혹은 대기업, 공무원 종사자 중 동안이면 좋겠습니다.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의 45세 남성회원 K씨가 가입 시 제시한 본인 프로필 및 배우자 조건이다. 이 남성은 재가입까지 해가며 어렵게 13명의 여성과 맞선을 봤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본래 조건은 좋았으나 이혼과정에서 자신의 스펙이 많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상대 조건을 너무 까다롭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경 온리유 명품매칭본부장은 "재혼의 성공여부는 이혼과정에서 이미 절반이상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는 자녀관계나 재산의 분배 등에 따라 재혼 대상자로서의 조건에 큰 차이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배우자 조건을 설정할 때도 당연히 자신의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와 재혼전문 사이트 온리유(www.ionlyyou.co.kr)가 1월부터 4월 16일까지 회원활동이 완료된 재혼회원 478명(남성 235명, 여성 243명)을 대상으로 결혼이 성사된 경우 그 성공 요인과 성혼에 이르지 못한 회원들의 패인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와 같은 사실이 그대로 입증된다.
비에나래와 온리유는 재혼 서비스 결과를 토대로 재혼을 염두에 두고 있는 남녀들에게 이혼과정이나 배우자를 찾을 때 유의해야할 착안사항을 종합 정리해 '재혼성공을 위한 7대 명심사항']으로 제시했다.
첫째는 재혼상대에게 자녀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재혼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자녀관계이다. 자녀 양육에는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상호간의 화합문제, 유산 등의 복합적인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재혼 대상자들은 상대가 출산 경험이 없기를 바라며(대상자 중 해당자 : 남 53명, 여 45명 -비교적 젊은 층), 자녀가 있을 경우는 전 배우자가 키우기를 희망한다(남 172명, 여 152명 : 30대 후반이후).
상대가 직접 양육할 경우 아들보다는 딸을 선호한다(남 142명, 여 117명). 즉 무출산>무양육>딸 1 양육>아들 1 양육>딸 2 양육>딸, 아들 각 1명씩 양육>아들 2 양육> 자녀 3 이상 양육 등과 같은 선호도를 보인다.
자신이 양육을 하고 있는 경우 어느 정도 성장했다면 자녀를 독립시키는 것도 상대의 부담을 덜어주게 된다(남 48명, 여 63명). 유학이나 분가 등의 방법이 있다.
전 배우자가 자녀를 양육한다 해도 면접권이나 양육비 지급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것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남 37명, 여 54명)
두 번째는 초혼보다 경제력을 더 중시한다. 초혼 시는 나이가 있으므로 함께 재산을 모으면 된다는 관념이 강하다. 그러나 재혼 대상자는 평균적으로 나이가 높기 때문에 집 등 재산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기를 희망한다.
따라서 이혼과정에서 재산을 전배우자에게 과도하게 분배하여 경제력이 부실한 경우, 양육비 등을 과도하게 지급하는 등의 남성은 재혼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38명). 여성도 양육아를 보유한 경우 일정 수준의 재산을 보유하기 원하는 남성이 많다(43명).
세 번째는 안정된 수입원은 필수이다. 50대 이후의 남성일지라도 가급적 현역으로 안정된 직장에서 활동하기를 원한다(여 47명). 남성이 여성에게 직장을 원하는 것은 경제활동 측면만이 아니라 자기관리에 대한 욕구도 높다(남 186명).
네 번째는 나이에 따라서도 대상자 폭에 큰 차이가 있다. 남성은 70대까지 상관없으나 여성은 50대 후반부터는 대상자가 크게 줄어든다. 반대로 20대나 30대 초의 경우도 남녀 불문하고 30대 후반 ∼ 60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혼층이 옅다.
다섯 번째는 젊은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 30~40대는 물론 50~60대도 재혼을 할 때는 새로 출발하는 기분이다. 거기에 맞게 상대의 몸과 마음이 젊고 건강하기를 바란다. 너무 '아줌마'스럽거나 '아저씨' 테가 나지 않도록 신체나 몸매, 피부 등 외형적인 면은 물론 마음가짐도 젊고 싱싱하게 유지, 관리할 필요가 있다(남 178명, 여 148명).
여섯 번째로는 상대 입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냉철히 평가해야 한다. 초혼과 마찬가지로 재혼 때도 누구나 좋은 배우자감을 원한다. 그러나 재혼을 할 때는 초혼보다 현실적인 면이 강하다. 남성의 경우 자신의 경제력과 직장, 자녀관계 등의 관점에서 강약점을 냉철히 평가한 후 거기에 맞는 상대를 찾아야 하고, 여성 또한 자신이 배우자에게 줄 수 있는 장점과 부담이 어떤 것인지를 면밀히 고려한 후 서로 윈윈(Win-Win : 상생)이 될 수 있도록 재혼에 임해야 무리가 없다.
마지막 일곱 번째는 전 배우자의 흔적을 말끔히 지운다. 재혼 대상자 앞에서 전 배우자와의 재산이나 자녀문제 등에 대해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금물이다. 전 배우자에 대해 험담을 하거나 악몽을 떠올리는 등도 피해야 한다. 사별의 경우는 전 배우자에 대한 미련이나 향수를 언급하는 것도 상대에게 거부감을 주게 된다.
손동규 비에나래 명품커플위원장은 "국내에도 최근 재혼 대상자가 급증하고 있으나 아직 재혼 문화는 성숙되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재혼은 잘만하면 초혼보다 훨씬 여유 있고 현명하게 살 수 있다. 거기에는 자신의 여건에 맞춰 상대를 수용하고 포용하려는 의식이 전제돼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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