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지난달 11일 대지진을 계기로 일본 기업들이 해외 생산을 더 늘릴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 강세에 이미 해외 생산을 늘린 일본 기업들이 대지진 타격으로 해외 생산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11일 보도했다.
일본은 1995년 고베대지진을 겪고도 예상보다 빠른 경제 회복을 보였으며 일본 기업들도 빠르게 호전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상 최악의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프라 시설이 파괴되면서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긴데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겹쳐 전력 공급 부족에 시달리면서 일본 기업들이 해외 생산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교수는 "1995년 고베대지진 당시 2%의 자본금 손실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5% 정도의 자본금을 잃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는 이어 "이번 지진으로 일본기업들이 위기관리를 강화할 것"이라면서 "더 많은 기업들이 공장을 해외로 더 이전하도록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 강세에 해외 생산을 늘렸던 일본 기업들은 지진 발생 후 해외 생산을 추가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체 생산량의 약 8%를 위탁생산하고 있는 일본 반도체업체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2013년까지 위탁생산량을 25%로 늘리고 위탁생산 대부분을 해외 업체에 맡긴다는 계획을 지진 발생 전에 세웠다.
현재는 위탁생산량을 더 늘릴 생각이다. 르네사스는 전량을 일본에서 생산하고 있는 자동차용 마이크로 컨트롤러(제어용 반도체)를 미국 반도체 전문 생산업체 글로벌 파운드리즈의 싱가포르 공장에 위탁생산하는 방안을 협의 중에 있다.
닛산 등 해외 생산 확대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자동차업체들도 생산시설 해외 이전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미 '마이크라' 모델 생산을 태국 등 해외 공장으로 이전했고, '로그' 등의 생산도 해외로 옮길 계획인 닛산은 지진 이후 해외 생산량을 더욱 늘릴 의중을 밝혔다.
시가 도시유키 닛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의 생산을 우선 국내의 다른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을지 살펴볼 것”이라며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해외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의 경우 일본에서 연간 최소 30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18년만에 일본에 조립공장을 문 열었다. 그러나 공장이 위치한 미야기현이 지난달 대지진 피해를 입으면서 오픈 한달 만에 공장 문을 닫았다. 지난 7일 미야기현에 규모 7.1의 지진이 또 발생하면서 이달말 재가동하려던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들도 해외 생산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이 지연되면서 시장에서의 입지를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
광학장비 제조업체 호리오 세이사쿠쇼는 직원이 52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지만 시장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중국에 전자부품 공장 두개를 보유한 호리오 세이사쿠쇼는 "당장 해외 생산을 늘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생산이 지연되면서 고객을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면서 "해외 생산을 늘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야기현의 이토 마사히로 경제발전 담당자는 “지진으로 공장을 문 닫거나 가동을 일시 중단한 기업들은 주문을 맞추지 못한다면 고객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수민 기자 hyu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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