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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기록분석학과 "축구도 기록의 스포츠"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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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기록분석학과 "축구도 기록의 스포츠"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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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흔히 야구를 '기록의 스포츠'라 부른다. 그만큼 다른 종목에 비해 방대하고 다양한 기록을 다루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를 적극적으로 경기에 활용한다. 타율과 방어율은 선발 선수를 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며, 대타나 구원투수를 내보낼 때에도 상대전적을 고려한다.

최근에는 컴퓨터·카메라 기술의 발달로 더욱 정교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졌고, 투수의 그립과 투구 궤적까지 잡아내 시각적 수치로 바꿔내고 있다.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전략을 세우는 방식이 성공을 거두자 '데이터 야구'란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반면 축구는 기록을 중시하지 않는다. 적어도 예전엔 그랬다. 기록은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 경기 내적인 결정 사항은 대부분 지도자의 직관과 경험에서 비롯됐다. 축구의 예측 불가능한 원시성에 대한 고찰은 기록의 과학적 담론을 넘어섰다. 선수도, 팬도 이런 생각에 동의하긴 마찬가지였다.

패러다임에 변화가 찾아온 시기는 1990년대. 근원지는 축구 종주국 영국이었다. 영국 카디프 웨일스대 연구팀이 스포츠 경기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체계화하면서 스포츠 기록 분석학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최고 인기 스포츠인 축구를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국내에서도 2002한일월드컵 당시 압신 고트비 코치가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과 비디오 자료를 대표팀에 제공했고, 이를 통해 4강 신화를 일궈내며 그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명지대 스포츠기록분석 연구센터는 국내 축구기록분석에 있어 독보적인 존재다. 평소 축구 중계를 유심히 봤던 사람이라면 익숙한 이름이다. 중계 방송 가운데 등장하는 다양한 경기 기록은 모두 이들의 작품이다. 2001년 대학원내 학과가 개설됐고, 이듬해 연구센터가 설립됐다.


명지대 기록분석학과 "축구도 기록의 스포츠"① [사진=명지대학교 스포츠기록분석연구센터 연구원 일동.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최형준 책임연구원]


초창기 멤버인 최형준 스포츠기록분석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스포츠기록의 현장 효용성을 높이고, 이를 일반인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한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서"라며 학과 및 센터 설립의 목적을 설명했다.


실제로 그랬다. 2002년부터 축구기록 분석자료 제공 시스템을 국내 최초 개발, KBS, MBC 등 방송사에 공급해 왔다. 덕분에 밋밋했던 축구 중계에 슈팅, 코너킥, 오프사이드 횟수는 물론 볼점유율, 공격방향, 패스성공률 등 다양한 자료가 더해져 보는 재미를 높였다. 기록분석학에 대한 인지도도 빠르게 올라갔다.


그렇다고 이들의 연구 영역이 여기에만 한정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방송으로 보여지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연구 자료의 상당부분은 스포츠 현장, 즉 경기 전략 수립과 선수 지도관리 등을 위해 구축됐다. 최 연구원도 이를 강조했다.


"기존의 스포츠에 대한 역학적·생리학적 접근방식은 실험실 위주의 연구로 현장성이 부족했다. 이와 달리 우리는 경기력을 현장에서 드러난 기록으로 설명하는 연구 방식을 따른다. 나아가 이를 스포츠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돕는 알고리즘도 연구한다. 즉 어떻게 기록을 활용하고 사용할지도 연구한다는 뜻이다"


선수, 감독, TV시청자, 스포츠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정보를 원하는 이들의 수요에 맞춰진다.


예를 들어 볼점유율, 공격점유율, 공격방향, 패스성공률 등은 단순하면서도 임팩트있는 기록을 원하는 방송국의 입맛에는 맞지만, 현장에서의 실제 효용성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 축구에서 점유율이 높은 팀이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축구에서 패스 종류와 비율, 드리블 시간 및 길이를 비롯, 야구에서의 피파울율, 타격률 등 전술과 기량 발전을 위한 의미있는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주는 기록들이 현장에 제공된다.


명지대 기록분석학과 "축구도 기록의 스포츠"① [사진=FC서울과 수원삼성의 경기 분석 모습]


도입 초기엔 애로사항도 많았다. 그때만 해도 각종 기록 개념들을 현장 지도자와 방송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공유하기가 힘들었다. 지금은 익숙한 볼점유율이란 개념도 2000년 대 초까지는 생소한 기록이었다. 특히 지도자 중엔 축구는 기록이 아니라 본능적 직관과 경험에 의한 것이라 말하는 이가 많았다고 한다.


이에 최 책임연구원은 데이터가 많은 것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 팀의 공격패턴을 알고 싶다면 위험지역으로 침투하는 방법 즉 롱패스·숏패스 비율, 드리블 횟수 및 길이 등을 보면 된다. 롱패스가 많다면 그 팀엔 장신 선수가 많다는 뜻이다. 상대팀의 숏패스 횟수가 많다는건 미드필더에서 밀리고 있다는 뜻이 된다"


황정욱 연구원도 기록분석학이 갖는 설명력을 강조했다. 그는 "축구의 공격점유율과 미드필더 점유율, 수비점유율과 뺏은 위치, 뺏긴 위치 등 자료만을 가지고도 경기의 흐름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 결승전만 하더라도 점유율은 비슷했지만 스페인은 공격점유율이 높았고, 네덜란드는 수비 점유율이 높았다. 즉 공을 가졌을 때 스페인은 주로 공격을 펼친 반면 네덜란드는 수비에 집중했다. 이처럼 자료만 섬세하다면 경기 양상까지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명지대 기록분석학과 "축구도 기록의 스포츠"① [사진=최형준 책임연구원의 영국 유학 시절 기록 분석 모습]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클럽 스태프에 감독, 지도자, 팀닥터는 물론 심리학자와 퍼포먼스 애널리스트(경기 분석관)를 포함하고 있다. 현재 볼턴의 경기 분석관 총책임자가 최 연구원과 유학 시절 동기인데, 그곳에는 16명의 분석관이 있다. 선수기량 및 팀 경기력은 물론 유소년의 성장 과정까지도 기록으로 관리된다.


물론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앞서 밝혔듯이 스포츠, 특히 축구가 갖는 원시성과 기록이 갖는 정보성의 괴리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하다. 지도자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일종의 '월권 행위'가 될 수 있다. 이를 고려해 그 범위 안에서 정보를 제공, 제안해야 한다. 영국 내에서도 분석가가 어느 정도까지의 정보를 줘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결국 이를 총괄하는 것은 지도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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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연구원은 여전히 미온적인 국내 지도자들의 태도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 강조했다. 그는 "국내지도자들 중 상당수가 기존의 지도 방식을 고수한다. 나쁘다 좋다를 판단할 수 없는 일종의 지도철학일 수 있다. 하지만 기록분석학이 줄 수 있는 도움을 지나치게 간과하는 부분도 있다. 이와 융화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더불어 "기록분석이 경기의 승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정도에 불과하더라도, 그 작은 비중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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