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한국형’ 토종헤지펀드의 출범이 멀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헤지펀드 운용의 족쇄라고 일컬어지는 투자분야·대상 규제를 사실상 없애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 ‘공매도를 통한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원흉’ 등 헤지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하지만 실보단 득이 많다는 계산아래서다. 이는 ‘한국 금융의 세계화’라는 김석동 위원장의 확고한 의지가 투영된 결과다.
김 위원장은 취임 때부터 “글로벌IB(투자은행)과 헤지펀드 도입을 통해 글로벌 자본시장의 삼성전자가 나와야한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헤지펀드의 본래 역할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추구해 금융산업의 발전동력을 삼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31일 열린 자본시장제도개선 민관합동위원회에선 김 위원장의 한국 금융산업의 청사진이 녹아있다. 첫 장은 헤지펀드의 운용에 발목을 잡았던 투자대상과 방식에 대한 규제폐지가 골자다. 소위 ‘진짜’헤지펀드라고 할 수 있는 전문사모펀드에 대해 구조조정기업 50%이상 투자규제를 삭제하고, 차입한도 펀드재산 400%로 늘리기로 했다. 가입자격 전문투자자(대형증권사)로 확대하는 방안도 나왔다.
헤지펀드 산업은 2007년까지 연평균 20%대의 급성장을 지속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에 복합적인 악재로 인해 -30% 역성장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빠른 회복속도를 보이며 현재 운용중인 헤지펀드 자산은 2조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헤지펀드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 국내에서도 2~3년내 본격적인 헤지펀드 설립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에선 “현 자본시장에서 필요한 욕구를 (금융당국이)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는 “논의는 옳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M&A나 차입한도, 파생차익 등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운용에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적지 않은 자문사들이 헤지펀드 시장을 보고 자문업을 시작한 측면도 있다”며 “사전등록자격, 적격투자 기준 등의 이슈들을 잘 다듬어 자문사까지 헤지펀드 운용이 허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 헤지펀드 운용능력이 걸음마 수준이고,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떨어져 헤지펀드가 활성화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가질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리스크가 크고 아무나 운용할 수 없는 만큼 감독당국이 운용능력이나 트랙코드 등을 갖춘 곳을 선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헤지펀드 가입대상을 어디까지 할 것이며, 어느 범위까지 투자대상을 허용할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양봉진 한국투신운용 글로벌AI본부 부문장은 “운용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결정이 안됐고 개인투자자 부분에 대해서도 ‘완화’라는 방향이 설정돼 있을 뿐 구체적인 안은 없다”며 “이 부분은 향후 추가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금융위는 헤지펀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도입 초반에는 건전성 규제를 하기로 했다. 전문사모펀드의 외부자금 차입한도와 파생상품거래 한도는 펀드 재산의 400%를 넘지 못하게 했다. 또 자격없는 헤지펀드 난립을 막기 위해 사전등록도 의무한다는 방침이다.
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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