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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불①] '욕망의 불꽃', 막장이 아닌 명작이라 부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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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불①] '욕망의 불꽃', 막장이 아닌 명작이라 부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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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MBC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이 7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27일 종영됐다.

지난해 10월 2일 첫 방송된 '욕망의 불꽃'은 SBS '시크릿가든'이 방영될 때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자극적인 소재와 극단적인 설정은 방영 초반부터 줄곧 '막장'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시크릿가든'이 종영한 1월, 진가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던 드라마는 시청률 20%를 돌파하더니 급기야 2월 말에는 주말극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20대부터 50대에 이르는 폭넓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으며 매주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평판 역시 '막장 드라마'에서 '명작 드라마'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무엇이 이들을 '욕망의 불꽃'에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과연 막장이었나


통속극과 막장극의 경계는 흐릿하면서도 분명하다. 둘 다 모두 극단적인 설정과 인물이 등장한다. 전자는 캐릭터와 배경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꽤 설득력있는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후자는 보는 이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기 위한 수단만이 존재할 뿐, 공감없는 '억지춘향'식 이야기만을 강요한다.


방영 초반 막장이란 비난의 단서도 마찬가지였다.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성공과 욕망을 위해 살인, 폭행, 낙태, 강간, 협박, 불륜도 서슴지 않았다. 나영(신은경 분)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숨기고 재벌가 며느리가 되기 위해 영민(조민기 분)과 결혼했다.


남편의 내연녀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하려 했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민재(유승호 분)를 자신이 낳은 아이인 것처럼 데려다 키웠다. 그러면서 정작 친딸 인기(서우 분)는 걸림돌 취급했다.


태진(이순재 분)도 성공을 위해 친구와 가족을 짓밟았다. 나영의 아버지인 상훈(이호재 분)의 특허권을 빼앗은 것은 물론, 그의 아내와도 불륜을 저질렀다. 그룹을 지키기 위해선 아들과 며느리에게도 서슴없이 해를 가했다. 영재(김병기 분)·영준(조성하 분)·영민·영식(김승현 분) 등 재벌 2세들간의 암투도 매회 비릿함을 풍겼다.


그럼에도 자극적인 '욕망의 불꽃'은 거부감보다 몰입감을 선사했다.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 명연기 덕분이었다.


[욕불①] '욕망의 불꽃', 막장이 아닌 명작이라 부르는 이유



▲ 신은경-이순재의 탁월한 연기력


신은경의 소름끼치는 악녀 연기는 군계일학이었다. 야망을 위해 그 어떤 악행도 망설임 없이 저지르고, 태연한 얼굴로 뻔뻔한 거짓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내면 깊은 곳에는 아픔과 애정결핍이 숨어있었다. 성공은 수단일 뿐, 비참했던 아버지에 대한 복수가 근원에 있었다. 남편 앞에서는 마음 깊숙한 곳의 원망 섞인 외로움을 토해냈고, 키운 아들과 낳은 딸에 대한 모정도 함께 갖고 있었다.


이런 신은경의 입체적인 캐릭터는 자칫 무리수가 따르는 극단적 배경 설정에도 개연성을 더하며 스토리에 힘을 부여했다. 특히 감정 기복이 심한 나영에 마치 빙의된 듯한 연기는 시청자의 엄지손가락을 세우기에 충분했다.


또 다른 히어로는 이순재였다. 관록의 연기자답게 '냉혈한' 태진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그의 차가운 듯 여유넘치는 카리스마는 뜨겁고 감정적인 신은경의 그것과 균형을 이루며 드라마의 기둥 역할을 해냈다.


[욕불①] '욕망의 불꽃', 막장이 아닌 명작이라 부르는 이유


그 뿐만 아니었다. 겉으론 순수하고 우유부단한 듯했지만 사실은 야망을 품고 있던 조민기, 철저한 악녀지만 남편에 대한 애정을 갈구하는 성현아 등 평면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즐비했다.


초반엔 불안해보였던 유승호와 서우도 극이 진행될수록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였다. 김병기, 이보희의 궁상맞은 코믹연기도 무거운 분위기에 유쾌함을 더했다. 이 외에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만큼 각 배우들은 흠잡을 데 없이 탁월한 연기와 인물 해석력을 보여줬다.


입체적인 캐릭터를 훌륭하게 녹여낸 배우들의 활약은 전체 이야기에 설득력과 개연성을 부여했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저 상황에선 저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일주일씩 앞서 출고되는 대본은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급조된 '쪽대본'이 판을 치는 한국 드라마 현실에서 보기 드문 일이었다. 덕분에 연출진과 배우들은 작품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종방연 당시 이순재는 "쪽대본으로 시간에 쫓기다 보면 연출자나 배우가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번 작품처럼 대본이 일주일 또는 열흘씩은 일찍 나와야만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의 한 마디는 많은 것을 시사했다.


파편처럼 흩어져있던 각각의 극단적인 에피소드도 사실은 모두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혀있었다. 민재와 인기를 둘러싼 출생의 비밀, 대서양 그룹 후계구도를 둘러싼 모략, 태진과 나영의 감춰진 과거 등이 그 예였다. 이는 매회 예상치 못했던 반전을 끊임없이 가져오며 시청자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욕불①] '욕망의 불꽃', 막장이 아닌 명작이라 부르는 이유


▲인간 심리를 꿰뚫어보다


감정은 결코 평면적이지 않다. '욕망의 불꽃'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래동화 같은 전형적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영준과 정숙(김희정 분)이 순애보 속 일관된 따뜻한 캐릭터를 선보인 정도다. 마냥 악해보였던 인물들도 사실은 그 뒤에 슬픔과 사랑을, 나약해보였던 인물들은 어두운 욕망과 악마의 얼굴을 갖고 있었다.


특히 나영은 인기와의 대화에서 매번 서너 가지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고 표현했다. 모정, 미움, 욕망, 연민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이를 훌륭히 재현해낸 신은경도 대단했지만, 그런 인간 심리의 다면성을 관통한 작품 자체의 완성도도 대단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욕망의 불꽃'은 종영과 함께 단순한 막장극이 아닌 명품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더불어 '막장'이 대세가 돼버린 드라마 시장에서 단순히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드라마는 더 이상 시청자의 눈을 붙잡아 둘 수 없다는 사실도 분명히 보여줬다.


트렌드는 놓치지 않으면서 진짜 드라마가 갖춰야 할 미덕을 보여준 채 결말을 맺은 '욕망의 불꽃'. 드라마사(史)에 획을 긋는 '명작'으로 재평가받기에 충분하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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