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안준영 기자]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이어 포르투갈이 유로권에서 세번째로 구제금융을 받을 위기에 처하면서 세계 경제의 의구심은 이제 이웃나라 스페인으로 쏠리고 있다. 유로존 4위권의 경제대국이자 실질적인 유로존의 방어벽인 스페인까지 구제금융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경우 충격파는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FT "포르투갈보다는 스페인이 더 큰 걱정" =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 (FT)는 EU의 구제자금이 충분하기 때문에 포르투갈이 유로존에 문제 거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25일 보도했다.
FT는 포르투갈의 문제는 지난 해부터 예견된 것이었고 더 중요한 것은 이웃한 국가인 스페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식축구에서 상대공격수를 막아주던 블록커 같았던 포르투갈이 사라지면서 그 뒤에 있던 스페인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과 같기 때문이라고 FT는 덧붙였다.
또한 포르투갈의 재정 긴축안이 의회에서 부결되고 소크라테스 총리가 사임한 직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30개 스페인 은행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강등했다.
30개 은행 중 10개 은행은 신용등급이 1단계씩 강등됐고, 15개 은행은 두 단계씩 강등됐다. 5곳은 3~4단계 하향 조정됐다.
무디스가 지난 10일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을 `Aa2`로 한 단계 강등한 데 이어 은행들의 신용등급까지 끌어 내림으로써 이베리아 반도에 금융발 쓰나미 조짐이 감도는 모습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 전문가들 "포르투갈 영향 제한적일 듯" =스페인은 유로존에서 재정위기가 발생한 국가들이 모여있는 '위험지대' 밖에 있고 스페인 채권시장은 포르투갈과 그리스, 아일랜드 채권시장과는 동조화 현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FT 평가다.
투자자들도 스페인이 추진해온 은행, 노동, 연금부분 개혁정책에 후한 점수를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무디스가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강등했어도 스페인 시장을 뒤흔들지는 못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시장의 차별은 지난 1월 이후 뚜렸했다.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포르투갈은 1%포인트가 오른 7.66%로 뛴 반면, 스페인은 0.5%포인트 하락한 5.17%를 기록했다.
주가도 확실하게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 주가지수 (IBEX-35)는 24일 전장에 비해 117.60 포인트가 상승한 10,755.60에 마감됐다.
스페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JP 모건 자산관리의 채권투자 책임자인 닉 갈트시드는 "스페인은 경우가 다르다" 면서 "포르투갈은 국내총생산 대비 과다한 부채비율과 재정적자 2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무너졌지만 스페인의 문제는 재정적자 하나뿐" 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베어링사의 수석 채권 투자 담당자인 앨런 와일드는 "포르투갈 구제금융사태가 디폴트 (채무 불이행) 에 대한 우려와 스페인 채권에 압박을 높일수 있다"면서 "좀 더 사태를 지켜봐야 한다" 말했다.
안준영 기자 daddyandrew@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