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조제 높이 낮아 만조땐 5m 쓰나미만 일어도 못막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인천국제공항에 일본 센다이 국제공항을 휩쓴 정도의 대지진과 해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천공항이 지진과 쓰나미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22일 인천공항공사와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공항 남북측 매립지에 설치된 방조제의 높이가 낮아 만조시 5m 이상의 지진해일만 발생해도 막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인천공항을 방문한 송영길 인천시장이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부터 내진 설계와 쓰나미 대비책에 대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밝혀졌다.
이 자리에서 이 사장은 송 시장에게 "지진 해일이 일어나도 만조시 4m, 간조시 8m의 파고를 막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인천공항은 영종도ㆍ용유도 사이에 방조제를 쌓은 후 매립한 땅에 조성돼 있다. 남측 방조제는 8.3m, 북측 방조제는 9.6m 높이로 조성돼 있다. 평상시 바닷물의 높이가 만조시 4m 안팎, 간조시 2m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지진해일이 일어났을 경우 만조시 4m 안팎, 간조시 8m 안팎의 파고를 막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지난 11일 발생한 일본 대지진의 경우 최대 23m의 해일이 덮쳐 도호쿠 지방의 해안 저지대 일대 마을이 쑥대밭이 된 만큼 인천공항에 설치된 방파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방조제의 현재 높이를 감안하면 만조시 5m, 간조시 9m 가량의 해일만 덮쳐도 인천공항은 쑥대밭이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인천공항의 여객터미널과 활주로 등 주요 시설물도 내진 설계가 이뤄지지 않아 강진이 발생할 경우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 2007년 강원도 평창 지진 발생 당시 건설교통부가 이낙연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국내 주요 시설물에 대한 내진설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완공된 인천공항 1, 2활주로는 내진 설계를 하지 않았다. 활주로에 내진 설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활주로 표면에 균열이 생겨 항공기의 이착륙이 사실상 불가능해 공항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의미다.
또 여객터미널 등 건물들은 지진에 비교적 강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파손이 쉬운 유리로 돼 있어 강진이 발생할 경우 상당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한편 인천공항공사는 이에 대해 "인천공항 방조제는 폭풍, 해일, 파랑 등 기상 상태에 대한 위험도 분석을 통해 외해로부터의 침수확률 1만분의1 빈도로 설계됐다"고 해명했다.
또 "활주로의 경우 건설당시엔 기준 자체가 없었지만 2007년 실시된 평가 결과 규모 6.5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다고 평가받았다"며 "여객터미널 등 건물도 규모 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 시공돼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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