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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스티븐호킹' 어머니도 학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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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스티븐호킹' 어머니도 학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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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오주연 기자] "어느 자식이 부모에게 이런 상을 주겠습니까. 형진이 덕분에 명예졸업장까지 받으니 오히려 감사하죠"

노우지독지애(老牛?牘之愛). 늙은 어미소가 두 발로 온전하게 일어서려 끙끙대는 송아지를 혀로 핥으며 보듬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다. 늙은 소의 자식애를 온 몸으로 보여준 어머니가 있다. 전신장애로 거동이 불편한 아들을 대학 졸업까지 시킨 이원옥(65) 여사가 주인공이다. 이 여사의 아들 신형진(28)씨는 '척추성근위축증'이란 중증 장애로 거동은커녕 말하는 것도 힘든 청년이다. 살아서 버티는 것만 해도 힘에 겨웠을 신씨지만 어머니의 희생 덕분에 학사모까지 썼다.


연세대학교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려온 신씨는 생후 7개월부터 전신 근육이 마비되는 척추성근위축증을 앓았다. 당시 1년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는 의사 진단까지 받은 신씨였다. 호흡 근육이 약해서 잘 때 호흡기를 써야하는 신씨를 보살피느라 이 여사는 쪽잠 자기 일쑤였다. 신씨가 연세대 컴퓨터·산업공학과에 입학한 2002년부터 이 여사는 아들의 그림자가 됐다. 수업을 받는 동안에도 아들 목에 고인 침을 빼내주기 위해 강의실 밖 복도에서 항상 대기했다. 시험기간에는 대신 노트 정리를 하며 손이 됐고, 등하굣길에는 발이 됐다. 대학 시절만 치면 9년, 초ㆍ중ㆍ고등학교 시절을 모두 합치면 21년의 고된 시간이었다.


연세대는 지난달 28일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2011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신씨에게 학사 학위증을 수여한 뒤 어머니 이 여사에게도 특별한 상을 줬다. 명예졸업장이다. 자신의 모든 걸 바쳐 노우지독지애를 실천한 데 대한 고마움과 존경, 축하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건넨 특별한 졸업장이었다. 연세대가 자교에 학적을 두지 않은 사람한테 명예졸업장을 수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여사는 "명예졸업장은 형진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오히려 아들에게 고마워했다. 이 여사에게 지난 9년은 아들 '때문에' 힘든 시간이 아니라 아들 '덕분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여사는 "학교 측에서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형진이와 21년동안 학교를 다녔다. 이제 학교에 올 일이 없다는 게 기쁘면서도 허전한 마음"이라면서 "그동안 '학교 아니면 집'이라 밖에 나올 일도 많지 않았는데 섭섭하고 아쉽다"고 아들과 자신의 졸업 소회를 밝혔다. 또 "고생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보람있는 것은 아닌데 형진이와의 학교생활은 정말 보람있었다. 많은 분들이 칭찬해주셔서 고맙다"고 고개숙여 인사했다. 신씨는 최근 재택근무로 첫 월급을 받았다. 어느 날인가 늦게 집에 돌아오는 여동생을 걱정하는 어머니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믿을 만한 사람은 아들밖에 없지?"라며 농담을 건네는 아들이 어머니는 든든했다.

재학시절동안 아쉬웠던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신씨는 "친구들과 술자리를 많이 갖지 못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졸업식 이후 몰려드는 취재진을 뒤로 하고 어머니에게 속삭였다. 이 여사는 "형진이가 교수님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전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얘가 이렇게 버릇이 없다. 교수님들 앞에서 누워서 인사하고, 수업시간에도 내내 누워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두 모자(母子)는 졸업식 내내 설렘과 서운함이 뒤섞인 상기된 얼굴이었다. 근육에 힘이 없어 하얗고 가녀린 그의 손을 주름잡힌 노모의 손이 꼭 붙잡았다. 지난 9년간 신씨를 지켜봤던 이경호 컴퓨터·산업공학과 교수는 "형진이는 전공의 50%이상이 A학점일 정도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었다. 공부에 열의가 있는 모습은 다른 학생들에게도 귀감이 될만하다"고 평가했다. 어머니 이 여사에 대해서도 "대단한 분이다. 우리는 9년만 봐왔지만 우리가 보지 못한 더 많은 일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라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항상 형진이 곁에 계셨다. 형진이가 밤새 아팠던 날도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시던 어머니를 통해 형진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졸업식에 참가한 다른 학부모 김영일(60)씨는 "가슴이 뭉클했다. 대단하신 분이라고밖에는 말이 안 나온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형진 군은 누구나 '하면된다'라는 믿음을 몸소 실천했다. 비록 정상적인 몸은 아니지만 학업에 대한 열정만은 보통인과 같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오주연 기자 moon17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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