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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은 하늘로 서민경제는 땅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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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이집트 사태 진정으로 한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였던 국제유가가 리비아 사태로 인해 연일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이미 정부가 올해 연간으로 전망했던 국제유가(85달러내외)보다 20%가량 높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유가가 120달러, 더 나가서는 14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에너지의 97%를 해외에 의존하고 석유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 경제로서는 100달러의 고유가를 넘어 초고유가에 진입할 경우 한 마디로 경제적인 재앙이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에너지 해외의존율 97% 韓경제 유가에 휘청=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 들어 구제역,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대내외 물가여건이 당초 예상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튀니지, 이집트에서 시작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세불안이 리비아 등 인근 산유국들로 확산되고 있어 우리 물가 여건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연평균 10%만 상승한다고 가정할 경우 국내총생산은 0.21%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0.12%포인트 상승한다. 민간소비증가율은 0.12%포인트 하락하고 경상수지는 20억달러가 줄어든다.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5%, 물가목표가 3%인 점을 감안하면 유가 10%상승만으로 물가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내수경기 위축, 외환보유고 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실제로 미국 투자은행인 모간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신흥시장 국가 중 유가 변동에 가장 민감한 국가가 한국"이라고 지적했다. 2009년 기준으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원유 소비액 비중을 보면 한국은 주요 15개국 가운데 태국에 이어 가장 높았다. 그만큼 고유가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진 것이다.

◆고유가에 내수ㆍ수출ㆍ경상수지ㆍ무역수지 모두 빨간불=문제는 내수만이 아니다. 국제유가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큰 상황에서 초고유가 시기에는 세계 수출시장도 위축된다. 수출이 줄고 대신 유가 상승으로 인해 원유수입부담이 커지게 돼 무역수지도 악화된다. 수출에 의존해온 우리 경제는 내수와 수출 모두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을 겪을 수 있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시 수출은 세계 경제둔화로 10억달러 가량 감소하지만 석유제품수출이 24억달러 늘어 수출에서는 14억달러가 늘어난다. 하지만 에너지의 97%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구조여서 원유관련 제품수입이 94억달러 늘어 무역수지는 80억달러 적자 요인이 발생한다. 올해 연간 무역수지 흑자 목표액은 250억달러 내외인데 여기서 80억달러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유가급등은 우리 생활에도 큰 변화를 준다. 당장 원유ㆍ석유 및 석유 가공원료 등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제품가격이 오르고 물가가 동반 상승한다. 전기ㆍ 가스요금 등도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언제까지 억누를 수도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국제유가가 5일 연속 100달러를 넘어서자 에너지경보를 관심단계에서 주의단계로 격상시키고 공공기관, 대형건물에 대해 강도높은 전력사용제한 조치를 시행키로 했다.


지경부는 26일부터 일주일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내달 7일부터 위반횟수에 따라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기념탑, 분수대, 교량 등 경관조명에 대한 전면 소등 조치가 지방자치단체별로 실시된다. 백화점ㆍ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 자동차판매업소는 영업시간외는 소등(실내 및 상품진열장 조명 포함)해야 하며 유흥업소(유흥주점ㆍ단란주점)는 새벽 2시 이후에는 불을 꺼야 하고 골프장의 옥외야간조명은 금지돼 야간골프가 사실상 금지된다.


아파트ㆍ오피스텔ㆍ주상복합 등의 경관조명은 밤 12시 이후에는 소등해야하고 금융기관 대기업의 사무용 건물 옥외 야간조명 및 옥외 광고물 등도 밤 12시 이후에는 소등해야 한다. 주유소ㆍ액화천연가스(LPG) 충전소 등의 경우에는 옥외조명시설을 주간에는 소등하고 야간(일몰시~익일 일출시)에는 2분의 1만 사용해야 한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오는 3월 3일 경제 단체 및 관련 업종 대표들과 '에너지 절약 선포식'을 개최하고 업계와 국민들의 적극적 동참을 촉구할 예정이다.


'주의'를 넘어 '경계'(130∼150달러)로 넘어가면 과거의 초고유가(147달러)에 근접한 상황으로 공공기관의 승강기는 6층 이상만 운행하고 비업무용 공간은 격등제가 시행된다. 민간에서 승용차 요일제가 전국으로 시행되고 토요일 일부 시간대에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한다. 오일쇼크 수준의 '심각'(150달러 이상)으로 가면 공무원 자가용 운행이 제한되고 가로등이 소등되는 한편 대중목욕탕과 유원시설 등의 영업시간이 단축되는 등 강도 높은 절전 대책이 추진된다.


◆유가 당분간 100∼120달러…최악 140달러까지 갈수도= 정부와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내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리비아 사태를 비롯한 중동지역 긴장이 단기간 진정되지 않으면 원유수급과 상관없이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향후 중동 사태가 단기간에 진정되지 않으면, 수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유가는 현재 배럴당 100달러선에서 110∼12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다만 리비아 사태가 주요 석유생산국인 사우디ㆍ아랍에미리트(UAE)ㆍ쿠웨이트 등으로 확산 가능성은 매우 낮고, 따라서 실제 세계 석유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평가했다. 우리나라가 전체 원유 수입량의 74.8%를 의존하고 있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들 중 원유 수입이 집중된 사우디ㆍ쿠웨이트ㆍUAE 등은 현재 정치적 여건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정부 평가다. 중동지역 국가별 원유수입비중은 사우디(31.7%), UAE(12.1%), 쿠웨이트(11.8%), 이란(8.3%), 카타르(7.4%), 이라크(6.9%), 오만(1.4%) 등이다.


지경부 관계자도 "현재 불안을 겪고 있는 이집트, 리비아 등은 우리나라와 교역규모가 크지 않고, 우리가 원유를 도입하는 국가도 아니어서 정세불안이 이들 국가에 국한될 경우 해외건설 일부차질 등 부정적인 영향은 있겠으나 원유의 직접적인 수급차질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악사태 대비해 대체도입선 확보ㆍ자원개발 박차=정부는 그러나 중동사태 악화에 따른 석유수급 차질이 올 경우에 대비해 철저한 대책을 준비키로 했다. 우선 원유 도입 차질 징후 발생시 업계의 원유재고와 도입 현황을 일일 점검하고, 러시아 등 원유 대체도입선 확보를 추진키로 했다. 실제 석유수급 차질이 예상되면 민간 비축의무 완화, 석유제품 수출 축소 권고, 비축유 방출 등 단계별 석유수급 조치를 시행해 나갈 예정이다.


정부는 아울러 국회에서의 예산삭감으로 비축유 구입예산이 1070억원에서 670억원으로 줄어 구매량을 100만배럴에서 60만배럴로 낮춘 대신 석유공사를 통해 공사 예산으로 180만배럴을 구매토록 해 비축규모를 240만배럴로 늘리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고유가 장기화에 대비해 무역수지나 국민경제에 미치는 유가변동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원자재 자원 확보와 에너지 절약적 산업구조 전환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면서 "과거 금융위기로 인한 유가 하락으로 지연되던 북미지역의 비전통 석유가스자원, 남미의 심해자원 개발 등 상대적으로 고비용의 자원 개발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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