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이나 해볼까?" 직장생활이 고달플 때, 실직했을 때 흔히 던지는 한마디다. 실제 1997년 외환위기로 많은 직장인들이 일자리를 잃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을 때 생계형 소규모 창업이 봇물을 이뤘다. 그 결과 자영업자는 넘쳐났지만 성공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외환위기를 넘긴 지 10년 이상 지났으나 자영업 과잉과 그들의 몰락을 알리는 통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통계청은 어제 비임금 근로자 700만명선이 20여년 만에 무너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비임금 근로자 수는 685만명으로 전년보다 19만명 넘게 감소했다. 1991년 이후 처음 700만명선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비임금 근로자의 75%는 자영업자다. 따라서 비임금 근로자가 크게 줄었다는 것은 곧 자영업자의 몰락을 뜻한다. 자영업자 수는 외환위기 이후인 2002년 619만명으로 최고를 기록한 후 작년 말에는 559만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같은 기간 혼자 영업하는 '나홀로 자영업자'는 457만명에서 409만명으로 격감했다. 문 닫은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대부분 큰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자영업자 수가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대부분은 전체 취업자의 10%를 밑돌지만 우리는 30%에 육박한다. 좁은 시장에서 경험없이 과도한 경쟁을 벌이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자영업 형태도 음식점, 옷가게 등 전문성 없이 소자본으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에 몰려 있다.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자영업자의 실패를 그들만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대형마트나 음식ㆍ숙박업 등에 대기업이 다투어 진출해 전통시장과 골목의 영세 상인을 옥죈 것이 현실이다.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프랜차이즈의 범람도 자영업 거품현상을 불러왔다.
자영업은 우리 사회에서 독특한 역할을 한다. 서민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생계수단이다. 퇴직금으로 차린 가게를 문 닫게 됐을 때 절망감이 어떠할지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더 이상 갈 곳도 없다. 근본적인 처방이 요구되는 이유다. 자영업자가 생존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의 구축, 체인점 영업체제의 개선, 무차별적 대기업 확장의 억제 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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