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M&A 등 진행 방향에 따라 조기 마무리 가능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3일 저축은행 구조조정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국회 경제정책포럼 조찬세미나에서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한 1단계 조치가 마무리됐다"며 "앞으로 어떻게 구조조정하거나 인수합병(M&A) 하느냐에 따라 조기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정지를 받을 만한 데는 다 받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달 삼화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이달 부산저축은행 계열사 5곳과 보해·도민저축은행 등 올 들어 총 8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예금 인출(뱅크런)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저축은행은 당장 부실이 없어 막연한 불안감에 따른 뱅크런이 확산되지만 않는다면 추가로 영업정지를 당할 곳은 없다고 김 위원장은 줄곧 강조해왔다.
김 위원장은 "저축은행 부실화는 1차적으로 대주주와 경영진의 책임"이라며 "이들이 우선적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 중 일부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정상영업을 꾀하고 있다.
그는 저축은행 부실이 전체 금융권으로 파급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공동의 노력으로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예금보험기금 공동계정 설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 공동계정으로도 해결이 어렵다면 공적자금 투입도 불가피하다고 부연했다.
오래 전부터 화근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문제에 대처가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지적에 대해 김 위원장은 "미리 대처하지 못한 부분 송구스럽다"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위기극복이 급한 선결과제여서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상대적으로 지연된 면이 있다"고 답했다.
8·8클럽(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 8% 이하) 제도의 폐해로 무리하게 자산을 늘리면서 부실을 키운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번에 영업정지 당한 부산저축은행도 계열 확장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정책적 제도 개선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률 한나라당 의원은 가지급금을 2000만원으로 올리거나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
전날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국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사태 관련 긴급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밝힌 바 있다.
5000만원 이상 예금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영업정지를 받았다고 해도 자구 노력에 따라 정상적으로 영업이 재개될 경우 5000만원 이상 예금도 보장이 된다"며 "인수·합병(M&A) 시에는 협의에 따라 보장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예금자보호법에 최소비용 원칙이 있어 예보기금에서 최대한 적게 부담을 해야 한다"며 사실상 5000만원 이상 예금을 보호해주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빠른 증가 속도와 선진국에 비해 과도한 규모가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국내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93%에 달하는 점은 가계부채 부실 위험을 높이는 주요인으로 꼽았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각각 26%, 20%에 불과해 대조를 이뤘다. 이자만 내는 대출 비중이 80%에 이르는 점도 외부 충격에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이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총유동성 관리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채무상환 능력 제고,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 비중 확대, 서민금융 지원 강화 등을 꼽았다.
정희수 한나라당 의원은 "금융위가 강제적으로라도 금융기관들이 대출의 반 정도는 고정금리로 전환하게 해야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강제로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인데 문제는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이라며 "금융회사들이 이 비용을 가계에 떠넘길 것이기 때문에 한꺼번에 하기에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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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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