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23일 오전 10시(이하 미국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페르티노 애플 본사에서 열리는 애플 주주총회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주들이 애플에 더 큰 투명성과 공정성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비밀주의’로 일관돼 온 애플 경영기조가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캘퍼스)이 애플의 지배구조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사 선임 방식 변경을 요구했다고 22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캘퍼스는 단 한 표의 찬성표만 나와도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바꿔 과반수 투표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캘퍼스는 이를 주주들의 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는데, 현재 약 60%의 투표가 진행돼 그중 74%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애플이 과반수 투표제를 도입하게 되면 다른 기업들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캘퍼스는 지난해 2월부터 자신들이 투자한 58개 대기업에 이사 선출 과반수 투표제를 도입할 것을 요구해 왔는데 현재 28개 기업이 이에 합의했다.
후계구도 공개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주주들은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의 ‘건강 악화설’이 돌자 CEO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할 것을 애플에 요구했다. 일리노이주 잭슨빌의 중앙노동자연금펀드(CLPF)는 주주제안을 통해 CEO 후보자들을 공개하고, 이들을 평가하는 기준까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애플은 인력 유출 등의 이유로 이 제안에 강력 반발했다. 그러나 주주들이 CLPF의 손을 들어주면, 애플이 CLPF의 요구를 마냥 거부할 수도 없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주주의 승계 관련 질문에 업체가 답변하도록 규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잡스 CEO가 주총에 참석해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주주들의 불안은 상당부분 수그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잡스 CEO가 주총에 불참하고, 그의 56번째 생일인 오는 24일 출시될 노트북PC ‘맥북 프로’에 관련한 행사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면 애플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와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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