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타그엘딘 엘하디 주한 수단 대사가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을 방문해 투자 확대를 논의해 눈길을 끈다. 한때 대우그룹 아프리카 진출의 주요 거점이었던 수단에 대한 대우인터내셔널의 투자가 늘지 않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요구하러 온 것.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엘하디 주한 수단 대사는 지난 11일 이동희 부회장을 방문해 대우인터내셔널의 수단 투자 확대를 요구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북수단에 양가죽 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등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투자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수단 대사가 직접 회사를 방문해 투자규모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수단 대사는 이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수단의 인연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중 전 회장은 지난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 기업들 중 아프리카에 가장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땅이 넓은 수단과 인구가 많은 나이지리아, 경제가 발전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주요 3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현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하지만 지난 1999년 IMF경제 위기로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대우인터내셔널은 아프리카 투자규모를 축소했다. 당시 수단에 지었던 대우아파트와 호텔 영빈관 등도 현재는 우리나라 외교관저 등으로 쓰이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빠진 자리에는 중국이 빠르게 들어왔다. 산유국인 수단의 석유를 노리고 중국 국영 석유기업들이 들어와 투자를 급속도로 늘리고 있다.
대사까지 나서서 대우인터내셔널의 투자 확대를 요청했지만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오랜 내전 등을 겪은 수단 경제가 생각보다 낙후도가 심하다"며 "당장 수단에 대한 투자 확대를 시도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무슬림계 북수단과 기독교계 남수단으로 나뉘어 오랜 기간 내전을 벌였던 수단의 복잡한 정치상황은 최근까지 불안 요인으로 남아있다. 특히 지난 7일에는 남수단의 분리 독립이 결정되면서 석유를 둘러싼 두 나라의 분쟁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적극적인 현지 투자를 펼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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