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김도형 기자]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앞으로도 계속 여자만 뽑을 수 있을까? 여자만 뽑는 이대 로스쿨을 허가한 교육과학기술부 처분이 '없던 일'이 돼버릴 수 있을까?
이대 로스쿨 '성차별' 논란이 뜨겁다. 로스쿨 입학을 준비해온 엄모씨 등 남성 3명이 "여성만 선발하는 이대 로스쿨을 허가한 교과부 처분은 남성들의 평등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2009년 10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 것이 논란의 불씨였다.
발단은 이렇다. 교과부는 2007년 통과된 로스쿨 관련 법률을 근거로 이듬해 2월 25개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을 발표했다. 정원 2000명이 25개 대학으로 나뉘어 배정된 것인데, 당시 이대는 정원 100명을 배정받았다. 문제는 '여자대학' 이대의 로스쿨 모집요강. 여기에 '정규대학 졸업과 동등한 학력이 인정되는 여성만이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국내 대표적 여성 고등교육 기관인 이대 입장에선 어쩌면 당연한 조치였다. 여대의 전통과 정체성, 이에 맞춘 교육과정은 이대가 반드시 지켜내고 싶은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대 로스쿨 교육 목표 또한 '성평등에 기반한 법조인 양성', '차세대 여성 지도자 양성'으로 압축된다. 남성 지원자 입장에선 결과적으로 로스쿨 입학 정원이 1900명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대 로스쿨 모집요강이 발표되자 남성 지원자들 사이에서 '성차별' 논란이 일었고 엄씨 등은 급기야 "교과부 인가 처분이 취소돼야 한다"며 헌법소원까지 냈다.
헌재는 지난 10일 이번 사건에 관한 공개변론을 열어 관계 당사자들 입장을 들었다. 공개변론에서 엄씨 측은 "이대가 여성만 뽑는 바람에 남성 정원이 1900명으로 제한됐다"며 "이는 명백한 역차별로 남성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대 측은 "반드시 이대 로스쿨이 아니라도 동등한 수준과 시설을 갖춘 로스쿨 진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남성을 차별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교과부는 "여성에 대한 특별한 배려나 고려 없이 기준대로 엄격하게 평가한 결과"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사건의 특성을 감안하면 교과부 처분이 취소되는 위헌 결정이 나오긴 다소 어려워보인다. 헌법소원 사건의 심판 대상은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가 특정 개인이나 조직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여부인데 교과부의 당시 처분을 '공권력 행사'로 보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당시 처분은 공권력 행사라기보단 행정 절차를 밟은 것에 가깝다"면서 엄밀히 따지면 엄씨 등의 청구는 심판 대상에 들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로스쿨이 운영되고 있고 졸업생 배출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교과부가 인가를 할 때 이대 로스쿨 모집요강까지 감안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반대 지적도 있다. 헌재가 헌법상의 '형식'보다 '실질적 내용'을 고려한다면 따져볼 여지가 커진다는 설명이다. 법무법인 강호의 장진영 변호사는 "헌재가 형식적 측면을 넘어서서 판단한다면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면서 "국민들 관심은 형식이 아닐 수 있다. 전문대학원의 중요성과 특성을 생각하면 여자대학이라고 남성을 배제하는 건 부적절할 수 있다"고 했다. 헌재는 공개변론 약 3개월 뒤에 결정을 내리는 게 보통이다. 이대 로스쿨이 앞으로도 계속 여자만 받을 수 있을 지는 올 상반기 안에 가려질 전망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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