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군사실무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관계가 강대강의 대결 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에 대북전문가들은 대화공세에서 긴장관계로 접어든 것이냐, 긴장관계를 풀고 다시 대화국면으로 가느냐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정부는 대화의 문을 열어두겠지만 먼저 나서서 대화를 청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11일 "북한의 군사실무회담에 대한 공식발표가 있었지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일정기간 남북냉각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화공세 이후 군사적 긴장 전환= 북한은 9일 이틀째 군사실무회담에서 천안함 폭침을 "특대형 모략극"이라고 주장하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고 다음날인 10일 군사회담 대표단 명의의 공보를 통해 "우리 군대와 인민은 더 이상 (남측과) 상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며 남측을 강경한 어조로 비난했다.
연초대화공세에서 군사예비회담결렬의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겠다는 의도다. 북한은 그동안 대남대화공세를 펴다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는 '냉온탕 기조'를 반복해왔다.
지난 1998년에는 장거리로켓 '대포동 1호'발사로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2000년에 북핵 6자회담을 앞두고 전향적인 대남대화공세를 펴면서 한미에 빅딜을 제안했다. 이후 북한은 김대중 정부와 대화를 통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과 그 결과물인 6.15공동선언에 합의했다. 그해 10월에는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와 '조미공동선언'을 합의했다.
또 지난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하고 그해 8월 남북정상회담 제의했다. 이어 2010년 3월 천안함을 폭침한 후 2010년 9월 적십자회담 제의를 해오면 대화공세로 전환했다. 이 같은 방법은 2010년 11월 연평도포격 후 2011년 1월 신년사 통한 대화공세를 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Key Resolve)연습을 전후해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군은 현재 남북군사실무회담에도 불구하고 황해남도 해주 일대 해안포 포문을 열고 닫는 훈련은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공세 이후 군사적 긴장 전환= 정부는 대화의 '판' 자체는 깨지지 않고 북한이 일정한 시점에서 다시 회담제의를 해올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북측이 당장은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지만 남북 모두 여전히 대화의 '수요'가 있는 만큼 냉각기를 거친 이후 회담을 다시 제의해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남북 모두에 대화를 압박하는 데다 북측으로서는 경제난과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 안정, 2012년 강성대국 등의 과제가 산적해있는 점이 이 같은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군사실무회담 테이블을 박차고 나간 것은 대화의 끈을 되살리는 문제를 놓고 남북간 기싸움을 했다는 것이다.
북측이 군사실무회담 외에 연초 이후 계속해온 다양한 채널과 수준의 대화공세를 지속할지도 주목된다.
경남대학교 김근식 교수는 "1월 이후 북한이 제의한 회담이 군사회담, 적십자회담, 금강산회담, 개성공단 회담 등 여러가지"라며 "비군사분야의 회담제의를 추가로 해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가 북한이 요구해온 적십자회담에 대해 전날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대북 전통문을 보낸 상황이어서 북측이 군사실무회담은 피하면서 대화공세 차원에서 적십자회담 개최를 전격 제의해올 지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정부 주변의 시각이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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