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저축은행 부실화 금융당국 책임 물어야"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부실 저축은행 사태 해결을 위한 예금보험기금 공동계정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예보기금내 공동계정 설치안 등 부실 저축은행 대책을 논의했다.
국회 정무위 허태열 위원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소속 정무위원들이 참석한 이날 당정협의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 부실 현황을 보고하고 부실 문제 해법으로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를 부탁했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예보기금에 기존의 업종별 계정과 별도의 공동계정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존의 보험료를 절반씩 분할해 공동계정과 업종별 계정에 적립한 뒤 부실이 발생할 경우 우선 업종별 계정에서 부실 비용을 사용하고, 부족한 경우 공동계정 재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동안 은행과 보험업권에선 예보기금 공동계정 설치에 반대해 왔고, 금융위는 금융권 부실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정협의에서 "예보기금에 공동계정을 도입해 금융권이 우선 공동대응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구조조정 재원을 금융권에서 스스로 확보해 운영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는 저축은행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선 자체 경영정상화를 최대한 유도하고 불가피한 경우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다.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고 대주주의 불법행위 근절하겠다"고 다짐했다.
금융위는 이날 보고에서 IMF 금융위기 당시에는 예금보험제도가 정착되기 이전으로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예금보험제도가 정착된 현 상황에서 정리비용은 예금보험기금을 통해 금융권이 자체해결한다고 설명했다. 1998년 당시 예보기금 잔액은 5300여억원인 반면, 지난 2009년 기준으로 연간 예보 수입은 1조2000억원이며 예보기금 잔액은 6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현재 예보기금내 계정간 차입을 통한 저축은행 정리재원이 2조원에 불과한 점 등을 감안할 때 2월 임시국회에 공동계정 설치를 위한 의원 입법안을 우선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다만 부실 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동계정에 보험료를 전액 납부하도록 하고, 저축은행권의 보험료를 올해 7월부터 은행의 5배 수준(0.40%)으로 인상키로 했다. 아울러 금융권에 동일한 예금보호한도(5000만원)를 적용하는 것은 업종별 금융상품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차등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부실 저축은행에 공적자금 투입이 부적절하다는데는 동의하면서도 그동안 저축은행 사태를 막지 못한 금융당국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한 정무위원은 이날 당정협의 직후 아시아경제와 전화통화에서 "대부분의 위원들이 저축은행 부실화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에는 반대했다"면서도 "그동안 입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이 부실화된데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변액보험계약의 최저보장보험금과 장내파생상품거래 예수금 등을 예금보호대상으로 신규 편입하고, 예보의 업무범위에 '보험사고 위험관리'를 명시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험법 개정안도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이 자리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와 당정협의에선 2월 임시국회 중점 처리 법안에 논의했다. 공정위는 중소기업조합에 납품단가 협상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하도급공정화법 개정안과 유사 다단계 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문판매법 개정안 처리를 요청했다.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공정 가치가 사회에 전파되도록 최선을 다해 공정위 업무인 담합 시장구조 개선 등 초기과정을 추진하겠다"면서 "지난해 9월 마련된 대중소기업동반성장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하도급 실태를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현재 최대 현안인 물가안정을 위해 공정위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적극 노력하겠다"면서 "물가상승을 촉발시키는 담합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집중 점검하겠다"고 다짐했다.
지연진 기자 gy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