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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동아리?..전통시장에 부는 '문화의 바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4초

문광부 '문전성시 프로젝트' 꽃 피운 수유마을시장


도서관? 동아리?..전통시장에 부는 '문화의 바람'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수유마을시장. 전통시장에 문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려는 문광부의 '문전성시 프로젝트' 시범시장인 수유마을시장을 지난달 31일 오전 기자가 직접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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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성정은 기자] 죽어가던 전통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낡고 지친 시장에 젊고 신나는 '문화의 바람'이 불면서다. 난타와 스포츠댄스 등 동아리 모임이 생겨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시장 한 복판에 도서관이 들어섰다. 시장 상인뿐만 아니라 손님들을 위한 홍보 잡지도 발간돼 인근 주택가에 뿌려지기까지 한다. 시장 상인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불러일으킨 이 바람은 침체된 전통시장에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어 전통시장을 지역 문화공간으로 만들어보려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정병국)의 '문전성시 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 지난 해 이 별난 프로젝트의 시범시장으로 선정돼 문화의 장으로 거듭난 서울 강북구 수유동 '수유마을 시장'을 지난달 31일 기자가 직접 찾아가 체험하고 돌아왔다.


도서관? 동아리?..전통시장에 부는 '문화의 바람' 복잡한 시장 골목 한 가운데 있는 상인회 건물 2층 '수유마을 작은도서관' 내부 모습.


◆전통시장 도서관, 관장님은 생선가게 사장님 = 과일가게와 청과물 가게가 빈 틈 없이 늘어선 골목길의 한 건물 입구 간판에 '수유마을 작은도서관'이란 글씨가 보였다. 건물 2층에 자리잡은 도서관. 전통시장과는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이 도서관 서가엔 책 1700여권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널찍한 탁자까지 마련돼 여느 도서관 못지 않은 면학 분위기가 풍겨났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 도서관에선 지역 주민이거나 시장 상인이라면 누구나 책을 빌려 읽을 수 있고 공부도 할 수 있다.


도서관? 동아리?..전통시장에 부는 '문화의 바람' 도서관장인 시장 상인 이재권씨. 그는 도서관을 소자본 창업 희망자들을 위한 컨설팅의 공간으로까지 발전시켜 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도서관장은 근처 생선가게인 강북수산을 운영하는 이재권(48ㆍ남)씨다. 이 곳을 '상인들과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모이는 집합소'라고 표현한 이씨는 "주민들과 상인들이 대화할 공간이 생겼다"며 웃었다. '집합소'라고 하면 그저 사랑방 정도로 여길 수 있지만 실제로는 쓰임이 대단하다. 이씨는 "시장 상인들도 아주 작은 기업인"이라면서 "경제나 금융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이씨는 동료 상인 6~7명과 힘을 합쳐 이 곳을 '창업 컨설팅' 사무실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그는 "시장에 가게를 열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면서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몇 십 년씩 영업을 해온 사람들이다보니 소자본 창업 희망자들을 상인들과 연결시켜 창업에 도움을 주는 데 이 공간을 활용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공연하고 춤 추고' 시장은 동아리 천국 … 시장 얘기 엮은 잡지 '콩나물'도 발행 = 도서관 근처 또 다른 건물 2층에 '다락방'이란 이름으로 자리한 넓은 방에선 매일 동아리 모임이 열린다. 난타 동아리ㆍ스포츠댄스 동아리ㆍ전통춤 동아리 등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문광부가 '수유마을 시장 프로젝트' 팀을 통해 섭외한 전문 강사들이 직접 가르친다.


도서관? 동아리?..전통시장에 부는 '문화의 바람' '다락방' 난타동아리 회원들이 연습하는 모습.



시장 한 편에 있는 상가 건물 1층에 들어선 '생생클럽'에선 공예교실이 열리는데 이 역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지 않고 전문 강사가 교육한다. 장신구나 장식품을 만드는 리본공예 교실, 직접 가구를 만들어보는 목공 교실, 꽃ㆍ인형ㆍ생활소품을 만드는 종이공예 교실 등이 있다.


도서관? 동아리?..전통시장에 부는 '문화의 바람' 시장 내 상가 건물 1층에 자리한 생생클럽. 이 곳에서 전문 강사가 지도하는 공예교실이 열린다.



수유마을 시장 프로젝트 총괄 기획 담당자인 전민정 실장은 "상인들과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 좋다"면서 "참가 인원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실장은 또 "근처에 사는 주부 중 스포츠댄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우울증 증세가 가라앉았다는 사람도 있다"면서 "시장 상인들은 '춤을 배우는 일'을 '춤바람 나는 것'으로 생각해온 경우가 많았는데 다락방 동아리가 활성화되면서 이런 인식도 희석되고 건전한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해 12월에는 '콩나물'이라는 제목의 잡지도 나왔다. 모두 48쪽 분량인 이 잡지에는 '시장 속 숨은 일꾼들', '재래시장을 읽는 예술가들', '옛 5일장의 생생한 추억' 등 시장 상인과 지역 주민들이 직접 전하는 사람 이야기가 가득 담겼다. 전통시장에 부는 '문화의 바람'은 수유마을 시장을 타고 전국으로 퍼질 전망이다. 서울 중랑구 우림시장과 금천구 남문시장 등 서울 지역 시장을 포함한 전국 15개 전통시장에서 같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거나 새로 시작될 예정이다.


도서관? 동아리?..전통시장에 부는 '문화의 바람' 지난해 12월에는 수유마을시장 문화잡지 '콩나물'도 발행됐다.



전 실장은 "수유마을 시장, 특히 이 시장의 도서관이 프로젝트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문전성시 프로젝트가 시작될 남문시장의 경우 새 사업계획안에 '수유마을 작은 도서관'과 같은 실행계획을 집어넣었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지난해 9월 동아리 창단을 시작으로 12월에 도서관을 열면서 만개하기 시작한 수유마을 시장의 문전성시 프로젝트가 대형 마트 등에 빼앗긴 손님들의 발길을 전통시장으로 되돌려놓을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는 게 상인들의 평가였다.




김효진 기자 hjn2529@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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