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박사 최측근이라는 주광선씨, 인수 직후 상장폐지 경험도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증시에 황우석 바람이 불고 있다. 그의 최측근이라고 알려진 인물이 인수한다는 소문에 200원짜리 초저가 주식은 연일 상한가 행진이다. 하지만 황 박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 베일에 가려있는데다 이미 그가 인수한 회사가 몇개월만에 상장폐지되는 등 시장을 혼란케 한 전력이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코스닥 상장업체 지앤알은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부터 이달 4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부도설에 휩싸이며 지난달 29일 170원에 마감됐던 주가는 단 3거래일만에 257원까지 치솟았다. 시가총액도 102억원에서 155억원으로 급증했다.
황우석 박사의 최측근이라고 알려진 주광선씨가 회사를 인수한다는 소문 덕이었다. 이 소문은 4일 개장전 한 인터넷 매체가 보도하며 기정사실화 됐다. 보도에 따르면 주씨는 기존에 추진하던 우리들제약 인수를 철회하고, 지앤알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앤알도 주씨를 이사로 선임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다음달 14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지앤알측은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밝힐 수 없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이날 장종료 후 조회공시 답변에서도 "경영정상화를 위해 경영권 매각을 포함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그쳤다.
주씨의 위력은 지난해도 증시를 강타했다. 주씨가 우리들제약을 인수한다는 소문에 불과 한달새 이 회사 주가는 400원대 중반에서 1000원대로 급등했다. 4일 주씨의 지앤알 인수를 보도한 매체는 이때도 주씨가 190억원의 인수대금을 이미 지급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황박사 최측근이라는데...
이처럼 주씨가 인수한다는 소식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황우석 박사에 대한 기대감이다. 논문조작 사건으로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지만 증시에서 황 박사의 위력은 여전히 메가톤급이다. 그의 제자나 지인들이 관련됐다는 소식만으로 관련주가 상한가를 가는 일이 다반사다.
문제는 황 박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주씨와 황 박사의 관계가 명확히 밝혀진 적이 없다는 점이다. 주씨가 황 박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해 10월, 우리들제약 인수를 추진하면서다.
당시 소문과 일부 매체는 주씨가 황 박사와 공동으로 연구한 최측근이라고 했다. 하지만 황 박사가 몸담고 있던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은 이같은 보도에 정정보도문을 내고 "주광선씨는 황우석 박사와 공동연구를 한 최측근으로 알려져있다"는 내용에 대해 주광선씨는 황우석 박사 관련 재단 및 연구원과 일체 관련없는 인물이며, 주광선씨와 어떠한 공동연구도 수행한 바 없다고 밝혔다.
황 박사가 논문조작 사실이 밝혀지기 전 근무했던 서울대에 문의했지만 주씨와 황 박사가 공동 연구를 했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 박사 사건에는 여러 연구원들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주씨의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2009년 연말에 인수한 회사, 2010년 봄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
주씨가 세상에 이름을 드러낸 것은 2009년 12월, 코스닥 상장사였던 사이노젠의 대표로 선임되면서다. 이후 사이노젠은 주씨 소유의 케이엠에스아이를 통해 탈모방지 제품을 개발했다는 등의 호재성 공시를 내기도 했지만 2009년도 결산을 넘기지 못하고 상장폐지 됐다. 자본전액잠식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사이노젠이 상장폐지된지 불과 6개월만에 주씨는 다시 우리들제약 인수를 추진했다. 자본잠식을 못막아 직전 인수한 회사의 상장폐지를 막지 못했지만 200억원 가까운 인수자금을 이미 지불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주씨는 우리들제약 인수부터 황 박사를 끌어들였다. 한 유력경제지가 그의 우리들제약 인수추진을 보도하면서 황 박사의 최측근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수암생명공학연구원측이 한차례 정정보도문을 요청했지만 그는 이때부터 황 박사의 최측근이 이미 돼 있었다.
이후 각 언론에서 앞다퉈 그를 황 박사 최측근이라고 소개했지만 정작 황 박사측은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다. 재미있는 것은 주씨도 본인이 황 박사 측근이라고 밝힌 내용이 없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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