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 신고까지 접수돼 방역 당국을 당황케하고 있다. 올해 야생조류(철새)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적은 몇 차례 있었지만 농가에서 기르는 가금류에서 AI 증상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AI는 구제역과 달리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고 확산 속도 또한 빨라 만일 결과가 확진으로 판명날 경우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30일 "전날 충남 천안시 풍세면의 오리 사육 농가와 전북 익산시 망성명의 닭 사육 농가에서 활력저하, 사료섭취 감소 등의 AI 의심 증상 신고가 들어와 현재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시료를 채취해 정밀 검사를 진행중"이라며 "고병원성 여부 등 정확한 결과는 31일 정도는 돼야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AI 의심 증상을 보임에 따라 방역 당국은 이들 농가에 대한 이동통제와 함께 확산 방지를 위해 예방적 매몰처분을 실시키로 했다. 천안의 오리 농가는 1만700마리, 익산의 닭 농가는 1만여마리를 각각 기르고 있다.
올해 농가에서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것을 처음이다. 이달 들어 전북·충남·전남 등 3곳에서 잇따라 AI에 감염된 야생조류가 발견되긴 했다. 지난 7일 전북 익산시 춘포면 만경강 인근, 10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 해안가, 28일 전남 해남군 산이면 농경지 등지에서다. 다행히 바이러스가 농가로 퍼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오리와 닭을 키우는 농가에서 AI 의심 신고가 들어옴에 따라 방역 당국은 사태가 커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일반 농가에서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것은 올해 처음"이라며 "구제역과 AI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은 생각하기 조차 싫다. 이번 정밀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판명나길 바랄 뿐"이라며 한 숨을 내쉬었다.
AI는 1996년 국내에 처음 유입된 이후 2002년과 2006년, 2008년에도 발생했다. 전파속도가 매우 빠른데다 감염된 가금류의 폐사율도 높다. 특히 AI는 구제역과 달리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는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이어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사람이 AI에 감염된 사례는 없다.
처음에는 인수 공통 전염병이라는 이유로 AI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들이 닭이나 오리를 기피했다. 이 때문에 농가들은 물론 치킨집과 오리고기집이 대거 문을 닫을 정도로 피해가 컸다.
하지만 그 뒤 감염된 가금류라 해도 익혀 먹으면 별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006년 이후에는 AI 발생 소식에도 소비가 크게 줄진 않았다. 그렇다고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AI의 전파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근처 농가에까지 넓은 범위에서 살처분을 해야 한다.
구제역은 여전히 확산일로다. 발생 한달째인 29일엔 강원도 홍천군 남면의 한 돼지농가가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금까지 살처분 된 소·돼지는 55만 마리에 육박한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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