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전날 코스피지수는 2000을 돌파한 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일 이격도가 103%를 넘으며 단기 고점까지 상승하는 등 기술적 과열상태가 되자 바로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선봉은 투신권이었다. 투신권에서만 2410억원의 순매도 물량이 나왔다.
이로 인해 2000선이 위협되는가 싶었지만 반발 매수세가 강했다. 개인은 1958억원이나 순매수했고, 외국인도 572억원 순매수로 뒤를 받쳤다. 2000선을 지키려는 힘은 생각보다 견고했다.
조정의 폭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 장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각종 악재를 뿌리친 유동성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실제 유동성이 장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올해만 20조원 가까이 한국 주식을 산 외국인들이 매수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유동성의 힘이다.
여기에 이젠 상승 축이 유동성 확장에서 경기싸이클로 변화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미국 경기회복이 물가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경기는 미약하지만 지속적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네오 골디락스(Neo Goldilocks)'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성장과 저물가'로 표현되는 골디락스 정도는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기술적 조정은 크지 않고, 내년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상황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고민스러운 장이다. 특정 업종만 가고, 그 중에서도 대표주만 가는 차별화 장세에다 이들 사이에서도 빠른 순환매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는 격언대로 상승하는 주도주를 따라갔는데 하필 단기 상투라면 괴로울 수밖에 없다. 미국 IT 경기회복의 최대수혜주이자 국내 증시 최대 블루칩인 삼성전자라도 이를 93만7000원에 산 투자자라면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하루에 8%나 급등하는 현대중공업을 추격매수할 용기를 가지기도 쉽지 않다. 하루에 4% 이상 조정받는 현대차를 갖고 손절매냐, 버티기냐를 선택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아직 경기회복에 대한 뚜렷한 징후가 없다며 기술적 과열에 비중을 두는 보수적 전문가들이나 대세상승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전문가들이나 최근 장에 대한 투자전략은 '대동소이'하다.
요점은 업종 대표주 위주의 빠른 순환매에 대비해 압축적 대응을 하라는 것이다. 빠지지 않는 추천 업종은 IT와 금융이다. 가격 메리트를 생각해 철강을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神)이 아닌 이상 빠른 순환매 파도를 정확히 탈 수는 없다.
지금은 욕심을 버리고, 추세가 살아있는 종목이 단기 조정을 받을 때 저점매수에 들어가는 전략이 유효한 장이 이어지고 있다. 탐욕을 버린다면 고점 추격매수의 유혹을 떨쳐낼 수 있고, 공포를 이긴다면 조정때 저점매수를 할 수 있다.
한편 뉴욕증시는 신규실업수당 건수 감소,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 상승 등 지표 개선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6% 상승한 1만1499.25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각각 0.62%, 0.77% 오른 1242.87, 2637.31을 기록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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