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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서울회의 주역 4인의 후일담… "다음주에 나 찾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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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끝난 12일 오후. 정상회의가 열린 코엑스 3층의 작은 브리핑룸에 'G20 메이커'들이 모였다. 이번 회의의 성과와 뒷얘기를 들려주겠다며 청한 자리였다.


한국 측 셰르파(교섭대표)로 전장을 누볐던 이창용 G20 기획조정단장은 긴 후일담을 풀어낸 뒤 "다음 주에 나를 찾지 말라"고 했다. 그는 "밀린 잠을 실컷 잘 것"이라며 "전화해도 받지 않을테니 서운해 말라"고 선수를 쳤다.

같은 자리에서 피곤함 가득한 눈으로 1년여 만에 홀가분한 저녁을 먹게 된 세 국장도 함께 만났다. 이들이 들려준 서울 G20 정상회의 후일담은 이랬다.


[G20]서울회의 주역 4인의 후일담… "다음주에 나 찾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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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창용 G20 기획조정단장

▲이창용 기획조정단장… "그 방에 들어가보니"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유럽 사람들이 어떻게 협상을 하는지 알게됐다. 이번 G20 회의를 하면서 영국과 프랑스 셰르파들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EU(유럽연합)을 이루고 사니 협상이 일상화된 나라들이다. 그런 노하우가 하루 아침에 생기는 건 아니라는 걸 절감했다. 덕분에 우리 공무원들의 수준도 한층 높아졌다.


협상이 난항을 겪을 때 한 번은 영국 셰르파가 와서 "잠깐 올라가 소그룹 협의를 하자"고 하더라. 경험이 많은 프랑스 셰르파는 중재역을 해줬고, 러시아와 영국 셰르파들도 공평하게 그룹을 구성해 사람들을 데리고 올라왔다.


내가 '시간이 길어질 것 같은데 아래 기다리는 사람들을 해산하게 할까?' 물으니 그들이 그러더라. '창용, 그렇게하면 여기 소그룹 사람들이 압력을 안받아서 협상 타결이 안돼. 기다리게 해.' 이런 노하우들은 정말 의장국이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을 것들이다. 우리가 언제 '그 방(의장국과 소수 주요국들이 들어가는 방)'에 들어가본 일이 있었겠나."


▲김용범 국제금융시스템개혁국장… "장관들 열의, 감동"


"금융규제와 바젤Ⅲ, IMF 쿼터개혁을 담당했다. 이 부분은 수치와 시한이 정해져있어 수사로 때울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특히 IMF 쿼터 일부를 신흥, 개도국으로 양보하도록 하는 문제엔 각 국이 사활을 걸고 뛰어들었다.


자국의 이해 관계가 걸린 문제에는 베이스포인트(bp) 수준의 작은 숫자에까지 매달리는 각 국 재무장관들의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IMF 쿼터 0.03포인트가 조정되는 문제를 가지고 재무장관들이 세번, 네번 회의를 거듭했다.


실무를 파악하고 있는 장관들의 배경지식 수준도 놀라웠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 등을 예로 들었지만 적잖은 재무장관들이 해당 실무를 담당 사무관만큼이나 자세히 파악하고 있어 정말 놀랐다. 말하자면 한국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역할을 해야하는 순간이 많았는데 이젠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자신감도 얻었다."


▲권해룡 무역국제협력국장… "의장노릇 쉽지 않아"


"예전에 큰 회의에 참석하거나 작은 회의를 주재해 본 일은 있었지만 G20처럼 큰 회의의 의제를 설정하고 주도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말 많은 것을 얻었다. G20을 통해 의장국이란, 추진력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참가국들의 전문성이 그만큼 높고, 아주 섬세한 조율이 필요했다. 비즈니스 서밋도 담당했는데 외국 CEO들은 멀리 있어 반응이 늦은데다 우리와 생각하는 부분이 많이 달랐다. 이런 부분에 대한 깨달음도 있었다."


▲최희남 의제총괄국장… "의욕 앞섰지"


"프레임워크와 글로벌 금융안전망 부분을 담당했다. 특히 금융안전망은 한국이 코리아 이니셔티브 중 하나로 추진해온 것이어서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욕심이 있었다. 우리와 생각이 같았던 영국과 공동 의장을 맡아 실무 회의를 이끌어갔다. 우리는 의욕이 앞섰던 것 같다. 선진국들의 생각은 많이 달랐다. 이들은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한 염려가 컸다.


이런 과정에서 공동 의장 역할을 했던 영국 대리인(deputy)이 많은 도움을 줬다. 협상 일시 중지를 선언하고 올라가면 자기가 같이 따라가 협상을 돕겠다고 하더라. 신뢰가 쌓이니 마음을 터놓게 됐고, 이렇게 서로 도우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더불어 김용범 국장(금융규제 담당)이 말하기 그럴테니 내가 대신 밝히면, 금융규제 부문 셰르파 회의를 할 때 다른 나라 대표들이 '한국이 써온 이슈 페이퍼가 정말 훌륭하다'고 칭찬을 하더라. '한국이 이 정도로 의장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줄은 몰랐다'고도 했다. 한국의 수준을 높이 평가하더라. 우리에게도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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